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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MBC 공동 연중캠페인(교통사망 줄이자)

입력
1991.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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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화아들 간병하던 어머니마저 버스에…/윤대중씨 단란했던 가정이 산산이/뺑소니사고로 2년여째 투병/두손녀 돌보던 할머니도 역사천안 순천향병원에서 투병중인 윤대중씨(44·충남 아산군 음봉면 소동리 19)는 2년전만해도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공사장 막일꾼이었다. 20년전 아버지를 여의고 지독한 가난때문에 84년에 부인과도 헤어졌던 윤씨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두딸과 함께 단란하게 살아왔다. 그 단란함은 윤씨가 89년 10월23일 천안시 구성동 횡단보도서 뺑소니사고를 당하면서 무참하게 깨져갔다.

이미 사방이 어두워진 하오7시께 공사장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윤씨는 갑자기 질주해온 소형 승용차에 치여 정신을 잃고 쓰러진뒤 2시간만에 깨어났지만 지금까지 오른쪽발은 땅을 디디지 못하고 있다.

불구가 돼버린 아들을 간병하며 엄마대신 손녀들을 돌보던 윤씨의 어머니 양유숙씨는 지난 5월7일 시내버스에 치여 한마디 말도못한채 5개월여만인 10월28일 64세로 숨졌다.

병원을 세군데 옮기고 여섯번 골수염수술을 받고도 오른쪽 다리를 쓸수없어 죽어버리려 했던 윤씨는 어린딸 지연(10) 지혜(7)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을 고쳐 먹었었다.

그러나 『더이상 회복기미가 안보이면 다리를 절단할 수 밖에 없다』는 선고를 받고 수술대위에 올랐을때 어머니가 숨졌다는 소식은 윤씨에게 온세상을 원망하게 했다.

집안일을 도맡았던 아들이 드러눕자 양씨는 남의 밭일을 해주고 품삯을 받아 치료비를 댔고 엄마없이 자란 두손녀를 뒷바라지했다. 지난 5월7일 윤씨가 6번째 다리수술을 받고 퇴원,집에 누워있을때 모처럼 아들을 위해 『고깃근이라도 사야겠다』며 집을 나섰던 양씨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손녀들이 어버이날 할머니 가슴에 달아드리려고 사온 카네이션은 속절없이 시들어버렸다.

이날 밤늦게야 양씨가 읍내장터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5일장이 벌어진 왕복 2차선의 좁은 4거리서 물건을 고르느라 정신이 팔려 있던 양씨는 버스 모서리에 치여 쓰러지면서 국거리 고기 1근이 담긴 비닐봉지를 손에 꼭쥐고 있었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양씨는 의식불명인채 아들곁에 누워있다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 7번째 수술을 받으려고 재입원했던 윤씨는 의사의 「절대안정」 지시를 듣고도 목발을 짚은채 집으로 달려가 싸늘해진 어머니를 부여안고 한없이 통곡했다.

움막같은 방 2칸짜리 집에서 지겹도록 가난하게 살아온 윤씨는 『죽기전에 한번이라도 남부럽지않게 살아보자』던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지 못한게 가슴에 맺혔다.

닥치는대로 일해서 모은 돈과 소 7마리는 치료비로 날려버렸고 몇푼 안되는 보상금도 어머니의 장례비로 다 들어갔다.

올해부터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정부보조로 병원비를 내고 친형을 돕듯 돌봐주는 이장 장세인씨(37)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어머니마저 없는 빈집에 아이들만 남겨둘 수 없어 윤씨는 두딸을 부산의 여동생 집에 보냈다.

할머니가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동안 밥짓고 빨래하며 간호했던 지연·지혜양은 부산에 간뒤로 『아빠가 보고 싶다』며 『울먹이기 일쑤지만 어른들은 『12월이면 퇴원해서 오신다』고 거짓말로 달래주고 있다.

혼자남은 천안 순천향병원에서 윤씨는 야위고 흰머리가 덥수룩한 모습으로 수술자국 투성이인 오른쪽 다리를 들여다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퇴원을 한다해도 성치않은 몸으로 돈벌이하기가 어렵고 커가는 자식들을 시집간 누이집에 마냥 맡겨둘 수도 없는 처지다.

윤씨는 『왜 우리집에 이런 일이 생긴 것입니까』 하고 울고 있다. 그러나 윤씨네와 같은 참극에서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윤씨 가정의 윤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천안=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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