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감정결과의 증거능력/재판부 채택여부가 최대관건/수첩조작등 정황증거도 논란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대필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피고인(27)에 대한 1심 재판은 유례없는 심야 마라톤 공판과 특별기일 지정 등으로 10차례나 진행된 끝에 12월4일 결심을 하게됐다.
1심 구속만기일이 12월24일인데다 이미 검찰수사기록과 증거물 일체가 재판부에 제출됐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각각 결정적 진술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증인인 김씨의 여자친구 홍성은양(26)과 일본인 필적감정가 오니시 요시오씨(73)에 대한 증인신문도 마무리됐기 때문에 빠르면 다음달 중순께 사법부의 1차적인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직접 증거로 제시된 필적 감정결과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여전히 대립돼 1심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유서대필 논란이 종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8월28일 첫 재판이 열린이후 계속된 공방의 핵심은 검찰이 유일한 직접증거로 제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결과의 신빙성 여부」로 요약할 수 있다.
검찰은 유죄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가 국과수의 필적감정 밖에 없어 다소 빈약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국과수의 필적감정결과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유죄판결을 자신하고 있다.
변호인단이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우리나라에 국과수외의 다른 공인감정기관이 없고 감정결과의 증거능력이 배척되는 요건인 감정대상물의 부정확성이나 감정절차상의 하자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 전민련이 김씨의 것이라고 제출한 수첩이 조작됐으며 수첩의 필적이 강 피고인의 필적과 동일하다는 국과수의 감정결과도 결정적인 정황증거라고 말해왔다.
김씨의 여자친구 홍양이 검찰에서의 진술을 일부 번복하기는 했지만 숨진 김씨가 분신전날 건네준 수첩과 전민련이 김씨 것이라고 제출한 수첩이 필기도구와 절취선 등 8가지 점에서 다르다고 진술한 부분 등도 재판부의 심증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있다.
이에대해 변호인단은 필적 감정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하며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변호인단은 특히 48년부터 35년동안 동경 국립박물관에서 회화·고서화 등을 전문 감정해온 오니시씨가 27일 법정에서 『자음의 특성과 필법의 특징 등을 종합검토해본 결과 유서의 필적은 숨진 김씨의 글씨가 틀림없다』고 진술한 증언내용을 무죄의 증거로 들고 있다.
또 전민련측이 제출한 수첩이 조작됐다는 검찰의 주장은 보관과정을 살펴보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김씨가 지난 4월초 서초동우전문대 사건에 대해 재야인사들과 벌인 토론내용을 녹취한 공책 등 김씨의 필적자료 2종을 7차 공판때 증거로 제출한데 이어 8차 공판에서 김씨의 채무이행각서를 확보,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28일 상오의 10차 공판에서 변호인 보충신문을 마지막으로 사실관계와 증거조사 등 기초적인 심리가 모두 끝남에 따라 「검찰의 권위」와 「재야단체의 도덕성」이 걸린 이 사건의 결론에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상반된 논리와 주장을 펴고 있는 검찰과 변호인단중 어느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여부는 재판부가 국과수 필적 감정결과의 증거능력을 어느정도 인정하느냐에 달려있다.<이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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