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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염증/유성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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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염증/유성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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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새벽 3시30분 여의도 M호텔. 2시간전에 709호실에 집단투숙했던 15인의 금배지들은 뭔가를 깊게숙의한듯 어두운 표정으로 호텔문을 나섰다. 이들은 대기해있던 4대의 승용차에 분승,새벽공기를 가르며 미끄러지듯 국회후문을 통과했다.의사당 뒤편에서 내린 이들은 곧장 5공 및 광주 청문회가 열렸던 145호실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은 이들은 곧바로….

마치 「작전」의 한장면같은 이같은 일이 26일 밤과 새벽사이에 전격 진행됐다. 민자당이 야음을 틈타 야당은 물론,보도진들마저 따돌린채 추곡수매 동의안을 처리한 과정은 말그대로 극적이었다.

양태는 다르지만 자정직전 재무위와 내무위에서는 의사봉을 뺏고 뺏기는 몸싸움과 고함이 어우러졌고 이 와중에 부상의원이 발생하는 등 심야 난투극이 연출됐다.

27개 법안이 여당단독으로 처리되는 과정을 TV와 신문에서 접한 국민들의 감정은 우리 정치문화에 대한 한숨과 분노에 앞서 차라리 서글픔 이었던것 같다.

날치기를 위해 온갖 신종 「수법」을 총동원한 민자당과 육탄실력행사로 이를 저지하는 민주당의원들의 이날 행태는 최소한의 체면까지도 완전히 팽개친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권의 현주소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일상화된 파행속에서 이미 「원칙」이 무너져버린 이상 어떠한 편법을 동원하더라도 일단 밀어붙이면 된다는 민자당의 안이한 상황판단이 이같은 신종 날치기 강행의 저변에 깔려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날치기 사태서 야당도 전적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을 바탕으로한 민자당의 밀어붙이기식 오만함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비론적 시각을 택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더큰 문제는 이제는 누구의 잘잘못조차 따지고 싶지않은듯한 국민들의 거듭된 염증이다. 정치권은 이번일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지불하게될 것이라는 믿음을 다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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