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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변호인 13시간 「필적공방」/강씨 9차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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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변호인 13시간 「필적공방」/강씨 9차공판

입력
199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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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감정가 “김씨것” 증언싸고/검찰/30여장분량 조목조목 반박/오니시씨/“일부 잘못될수도” 다소 후퇴/사법사상 최장재판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대필사건과 관련,구속기소된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피고인(27)에 대한 자살방조혐의사건 9차공판은 증인으로 출석한 일본인 필적감정가의 감정결과를 놓고 변호인단과 검찰측의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는 바람에 사법사상 유례없이 13시간이 넘도록 마라톤재판이 진행됐다.

27일 상오10시 서울형사지법 합의25부(재판장 노원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측의 요청으로 유서필적을 감정한 일본인 필적감정가 오니시 요시오씨(73·일본 동경국립박물관 명예관원)는 증인으로 나와 변호인 신문에서 『유서필적은 숨진 김씨의 필적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검찰측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30여페이지가 넘는 신문서를 토대로 일본어 통역관과 칠판까지 동원,집요한 반대신문을 펴 이날 밤 11시40분까지 9시간20분동안 집요한 신문을 폈다.★관련기사 22면

오니시씨는 변호인신문에서 자신의 감정방법과 감정결과에 대해 끝까지 소신을 지켰으나 검찰측이 반대신문에서 감정자료의 필적을 하나씩 대조해가며 신문을 계속하자 『감정당시 계산을 잘못한 부분도 있다』 『글자 하나마다 너무 세밀하게 추궁하는 것같다』는 등의 애매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이날 재판은 5차례 휴정을 거듭하면서 유서필적의 ㄹ·ㅂ·ㅅ 등 자음과 ㅏ·ㅑ 등 모음의 감정결과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측의 공방이 계속됐으며 재판부와 검찰·변호인단은 하오8시께 빵과 김밥 등으로 요기를 하고 재판을 강행했다.

오니시씨는 검찰이 필적의 획수·필법 등에 관한 감정이 잘못됐다고 반증을 제시하자 『한글을 알지못해 감정할 때 재일한국인의 도움을 받았다』며 『특정자음이나 모음의 수를 잘못기재한 오류를 범한 사실과 감정서에서 일부 예외가 존재하는 부분을 생략하고 대략적인 분석결과를 기재한 점은 인정한다』고 당초의 입장에서 다소 후퇴하는 진술을 하기도했다.

검찰이 오니시씨의 이같은 진술에 대해 『대한민국의 공인감정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를 보지도않고 이처럼 중요한 감정을 무책임하게 할 수 있느냐』고 추궁하자 변호인측은 즉시 『증인을 협박하는 태도』라고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오니시씨는 지난 48년부터 35년동안 동경국립박물관에서 회화·고서화 등을 전문적으로 감정해 왔으며 지난 6월 KNCC로부터 유서필적 등 9건의 자료를 감정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유서필적은 숨진 김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감정결과를 발표해 변호인측 증인으로 채택됐었다.

이날 재판은 검찰측에서 신상규 고등검찰관 등 평소 공판에 간여했던 강력부검사 3명 외에도 일본어에 정통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소속검사까지 동원돼 칠판에 일일이 글자를 써가며 신문을 계속했고 변호인측은 김창국변호사 등 3명이 나와 검찰측의 주장에 맞서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방청석에는 강 피고인의 가족과 전민련·KNCC 관계자 등 재야인사 20여명이 나와 공판을 지켜봤다.

이날 재판은 검찰이 하오11시20분께 오니시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모두 마치고 변호인측 보충신문이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자정이 임박했고 증인이 고령으로 증언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28일 상오 10시 특별 기일을 잡아 변호인측 보충신문을 계속키로 하고 13시간40분만에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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