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아침 아버지를 따라 이틀밤을 지낸 서울 C경찰서 소년계문을 나서는 김모양(12·J중 1)의 표정은 겁에 질린채 굳어있었다.김양은 또 급우의 돈을 훔쳤다가 이 사실을 안 아버지 김씨에 의해 「상습절도」로 고발됐었다.
지난 83년 동두천의 한 고아원에서 김양을 데려와 입양시켰다는 김씨는 『10년 동안 정성껏 길렀으나 반항과 도둑질뿐』이라며 하소연했다.
김씨는 『도둑질뿐 아니라 툭하면 「나가겠다」고 대들고 부모의 신발에 못을 박는 등 못된짓만 골라한다』고 딸의 비행을 조목조목 밝힌뒤 『법대로 처벌해달라』고 말했다.
양부모 밑에서의 생활은 고아원 시절에 비교할 수 없을만큼 풍요로웠따. 방이 6개나 되고 정원이 넓은 2층집엔 침대와 책상이 있는 「내방」이 있고 밥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양은 자랄수록 자신이 입양아일뿐 언니와 같은 가족이 아니라는 생각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돈이 필요해도 혼날까봐 달라는 말을 못해요. 5학년때 처음으로 돈을 훔쳐봤는데 마음대로 쓸수 있는 것이 좋아 나쁜줄 알면서도 계속 훔쳤지요』
김양은 까맣게 때에 전 소매끝에 굵은 눈물방울을 떨구며 『갈곳이 있다면 지금의 집으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양의 처리문제로 고심하던 소년계 형사들은 결국 『함께 잘 타일러 선도해보자』며 김씨를 설득,데려가도록 했다.
김씨는 『이번엔 형사님들 믿고 데려가지만 아이가 뉘우치는 빛이 없는 것 같다』며 『또 나쁜짓을 하면 그땐 감옥에라도 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전날 김양을 앉혀놓고 『양부모가 혹시 섭섭하게 하더라도 참고 지내야 한다』며 누누이 다짐시켰던 소년계 형사들은 『남의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부모들의 고충을 이해해야 한다』면서도 『입양은 시혜가 아니라 불행한 아이들에게 부모의 애정을 충분히 채워주어야할 책임감과 사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씁쓸해 했다.<이희정기자>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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