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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횡포의 저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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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횡포의 저의(사설)

입력
199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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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수가 없는 해괴망측한 일이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치가 아니라 전투를 방불케하는 활극을 여야 의원들이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한두군데가 아닌 여러개의 회의장에서,또 하루 이틀이 아닌 며칠간씩 연속 상영되고 있다.거대 여당이라는 민자당이 지금 무엇때문에 이렇게 날치기 변칙으로 국회를 아수라장같은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늘 내일 하지않으면 안될 정도로 시한에 쫓기는 상황도 아니다. 그리고 안건 역시 지금 해치우지 않으면 금방 무슨 일이라도 터질만큼 긴급한 것도 아니다.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은 12월2일이지만 회기는 18일까지여서 아직 20일이나 여유가 있다. 이처럼 넉넉한 시간이 있는데도 협상이나 토론도 제대로 안해보고 마구잡이로 날치기판을 벌이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수가 없는 것이다.

민자당이 야당의 실력저지속에 단독강행처리한 법안중에는 야당뿐 아니라 일부 국민들도 반발하고 있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반대가 있는 법안은 충분한 토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한뒤 결론을 내려야하는게 의회주의이고 토론과정을 모두 거친뒤에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엔 보류하는 것이 민주절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자당은 무조건 방망이만 두들겨대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일방적인 결론을 날치기로 강요하는 수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민자당의 독선독주를 보면서 우리는 과연 지금 어느시대에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 3공이나 유신이나 5공 시대로 돌아간듯한 착각을 느끼는 순간이다. 민주화시대를 이런식으로 끌어가겠다는게 민자당의 구상이라면 민주주의와 의회주의에 대한 그들의 신념을 근본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간 시대의 악몽으로나 알고있던 심야 날치기극을 현시점에서 재연시킨데는 분명히 무슨 목적이 있을 것이다. 상투적으로 반대만 일삼는 야당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덩치만 컸지 힘을 쓰지 못한다고 거대여당에 퍼부어지는 비난도 의식했을 것이다. 또 날치기란 해치울때 그순간만 충격이 있을뿐이지 며칠만 지나면 국민들은 금방 잊어버리더라는 생각도 했을게 틀림없다.

일부에서는 이번 파동을 대권을 향한 당내 파벌싸움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조만간 대권후보 조기부상론을 공식 제기할 민주계를 견제하기 위해 관심을 다른데로 돌리려는 민정계의 시간벌기 전략이라는 것이다.

목적과 저의가 무엇이든 민자당의 날치기 파동은 결과적으로 13대의 파장국회를 파국으로 몰아갔고 국민을 무시하고 의회를 부정한 오늘의 자충수는 앞으로 있을 14대 총선에서 커다란 감표요인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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