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일 분쟁의 하나인 북태평양의 유자망 조업을 92년말까지 완전 중단키로 미국과 합의했다. 일본의 이같은 결정은 국제여론을 업은 미국의 압력에 항복한 것으로 한국에 뼈아픈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우선 한국은 일본과 함께 유자망조업을 하는 나라로 이에 따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 조치는 나아가 급속히 변화하는 국제경제질서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유자망 문제에 대해 일본과 공동보조를 취하던 한국은 닭쫓다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벌써부터 뉴욕 타임스는 『한국은 세계유일의 유자망어업 허용국』이라고 의회관계자의 말을 빌려 도마위에 올려놓았다. 당장 27일에 열리는 유엔총회경제위원회 유자망국제토의에서 한국은 궁지에 몰리게 됐다. 결국은 협상에 의하기 보다는 대세에 밀려 유자망어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해 유자망어업 규제는 한국원양 어민들에겐 생존의 문제이지만 국제적 시각에서는 환경파괴로서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국제경제 질서가 쌍무간의 문제에서는 버틸수도 있고 「기브 앤드 테이크」의 거래도 잘 통하지만 다자간협상으로 추세가 바뀌면서 국제여론에 좌우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의 쌀수입 개방문제만해도 그렇다. 세계 20위내의 무역국가로서 국제적 조류를 견뎌낼 수 있느냐하는 문제는 나라밖에서 볼때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그것은 무역흑자국으로 세계여론의 화살을 맞고있는 일본과 공동보조를 취한다는데는 어딘지 불안감이 있다. 쌀개방문제도 어느날 느닷없이 다시 닭쫓다 지붕쳐다보는 꼴이 될까 걱정이다.
며칠전 한 재벌총수는 뉴욕의 아시아협회에서 『한국의 쌀수입 개방은 시간문제』라고 그 기한을 6∼7년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제질서의 재편속도는 더욱 이런 추세를 부채질할지도 모른다.
유자망 어업규제나 쌀시장 개방압력은 나라의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국정책임자들이 혜안을 갖고 이에 대처하고 국민을 설득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북한처럼 나라문을 걸어 잠그거나 아프리카 후진국처럼 가난해서 아예 세계의 관심을 끌지못하면 몰라도 산업국가로 계속 발전하려면 국제조류를 한발앞서 헤쳐나갈 수 있는 정책개발은 필수요건이다. 정부의 쌀개방문제도 유자망어업 문제처럼 날벼락맞듯 외토리 신세가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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