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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봉쇄…쫓고 쫓긴 “아수라장”/계속된 변칙처리…국회 상임위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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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봉쇄…쫓고 쫓긴 “아수라장”/계속된 변칙처리…국회 상임위표정

입력
199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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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까지 동행 1대 1 감시/뒷문 잠입 회의실 옮겨 “통과”/문잠그기·바람잡기 신종수법 동원국회는 27일에도 쟁점법안이 걸려있는 관련 상임위 곳곳에서 팽팽한 긴장감속에 여야간 강행과 저지의 숨바꼭질이 이어졌다.

특히 야당의원들은 28일의 본회의에 대비해 이날 저녁부터 의사당내에서 농성에 돌입,여야가 극한 대치상황에 들여간 경색정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야당이 위원장인 경과위와 교체청위에서는 여당간사가 사회권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했고,여타상임위에서도 야당의원들의 불참속에 「일반안건」들이 속속 통과됐다.

▷법사위◁

법사위에서 민자당은 이날까지 각 상임위를 통과한 쟁점법안과 일반법안들을 일괄처리하기 위해 여러차례 기회를 엿보았으나 민주당의원 20여명이 개의자체를 철저히 봉쇄하는 바람에 밤늦게까지 야당측과 대치상태를 계속.

법사위는 당초 이날 하오2시 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민자당측이 상오 8시30분께 단독처리를 위해 자당의원들을 소집했다가 이를 눈치챈 야당측에 의해 저지되는 바람에 상오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4∼5명씩 나뉘어 법사위원장실과 소회의실 등에 대기하며 민자당의 단독 개의를 원천봉쇄했고 특히 김중권위원장은 조홍규의원이,김제태민자당 간사는 허경만 최고위원이 1대 1로 맡아 점심식사까지 함께하며 기습사회를 볼수없도록 저지.

이어 하오2시부터는 다른 상임위 소속의 민주당의원 20명이 회의장에 미리 들어가 김 위원장과 김 간사의 출입을 통제.

반면 민자당은 최형우 정무장관 대신 신하철의원을 법사위원으로 교체한뒤 전원 출석토록해 기회를 노렸으나 민주당측이 의결정족수인 9명이 한꺼번에 모이지 못하도록 저지해 한동안 휴식을 겸한 「힘빼기작전」도 구사.

여야의원들은 하오4시부터 「신사협정」을 맺고 각자 휴식을 취한뒤 하오7시께 다시 모였으나 민주당측이 김정길 원내총무,유준상 정책위의장 등 당직자들을 포함,지원팀을 대거 보강하는 바람에 한때 분위기가 더욱 경색.

이어 민자당소속 의원들은 국회근처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전략을 숙의한 결과 민주당측의 완강한 봉쇄와 별도로 진행중인 예결위계수 조정작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이날은 무리한 강행처리를 하지않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도출.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민자당 총무단과 대책을 논의한뒤 하오8시40분께 위원장실로 들어와 야당의원들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기자들에게 『현재의 상황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내일 상오9시까지는 법사위를 열지않겠다』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일단 해산.

▷경과위◁

민주당소속 신순범위원장이 사회를 거부해온 경과위는 하오4시로 예정된 회의를 앞당겨 이날 상오 10시32분께 민자당측이 신 위원장을 「합법적」으로 제쳐두고 회의실문을 걸어잠근채 단독으로 5개 안건을 벼락처리.

앞서 열린 당원내대책회의에서 강행처리를 지시받은 정몽준 민자간사는 상오 10시30분께 위원회로 돌아오자마자 위원장실로 신 위원장을 찾아가 「개회요구서」를 전달,자신의 사회권을 확보.

정 간사는 이어 신 위원장의 반응이 채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여당의원들이 미리 모여있던 회의장에 입장했고 이에맞춰 여당측은 기다렸다는 듯 회의장문을 안으로 걸어잠가 야당측의 실력행사를 원천봉쇄.

정 위원장 대리는 곧바로 개의를 선포한뒤 심사소위보고 제안설명 등을 유인물로 대체하고 2분만에 예산회계법 개정안 등 5개 의안의 통과를 선언.

여당측의 기습행동이 벌어지고 있는동안 민주당의 의원총회로 인해 혼자 상임위를 지키고 있던 신 위원장은 회의장으로 돌진,잠겨진 회의장문을 걷어차며 고군 분투했으나 역부족.

임무를 완수한 여당의원들이 정 간사를 선두로 떼지어 도망치듯 회의장을 빠져나올 무렵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민주당 의원들이 『원인무효』를 외쳤으나 무위.

신 위원장은 허탈한 표정으로 여당의원들을 향해 『이럴수가 있는가』라고 분개.

▷농림수산위◁

농림수산위는 이날 새벽 민자당 의원만으로 국회 145호실에서 정부의 추곡수매동의안을 전격처리함으로써 4일간의 공전을 마감.

민자당의 이날 날치기는 과감하게 회의실을 포기하고 완벽한 시나리오에 의해 야당의원들을 따돌렸는가하면 조경식 농림수산부장관을 현장에 참석시킬정도로 당정간에 호흡이 잘맞았다는 점 등에서 거의 「완전범죄」 수준에 가까웠다는 평.

민자당측의 「거사」시간은 이날 새벽 3시45분. 이를 위해 정창화 위원장 등 민자당의원 15명은 새벽 0시45분께 26일 하루내내 끌어오던 여야대치상태를 일단 끝내고 의사당을 하나둘 빠져나가 의사당앞 M호텔에 집결.

새벽 1시15분께까지 호텔 709호실에 모두 모인 의원들은 최종 전략을 확정한뒤 새벽 3시45분까지 4명씩 승용차를 타고 의사당 후문을 통해 국회 145호 실로 숨어들어 재집합.

조 농림수산장관까지 자리를 잡고앉자 정 위원장은 곧바로 다급한 목소시로 『만부득이한 상황으로 회의장을 옮기게돼 미안합니다. 11차 농림수산위를 개의합니다. 의사일정 제1항 정부의 추곡수매안을 원안대로 의결하고자 합니다』며 이의 유무를 묻곤 서둘러 통과를 선포.

잠결에 놀란 민주당측은 곧바로 145호실로 내려갔으나 회의장안은 이미 텅빈상태였고 『야밤중에 이럴수가 있느냐』는 등의 민주당측 외침만 가득.

▷교체청위◁

교육체육청소년 위원회에서 민자당은 야당이 3대쟁점법안의 하나로 반대해온 청소년 기본법안을 처리하려했으나 민주당소속인 조세형위원장이 상오11시께 일반법안처리후 곧바로 산회를 선포해버려 이날중 강행통과에는 실패.

이날 민자당 의원들은 조 위원장이 여야합의법안들을 처리한 뒤 의사진행발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채 산회선포와 함께 퇴장해버리자 『날치기다』 『위원장의 월권이다』며 민주당측에 항의하는 진풍경을 연출.

민자당 의원들은 산회후에도 한동안 회의장을 지키며 처리대책을 협의했으나 국회관행상 한번 산회되면 그날중에는 다시 회의를 열지못하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어 일단 자정까지는 처리시도를 유보키로하고 해산.<정광철·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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