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불가피” 판단 한·미에 「조건」 떠넘겨/“동시사찰” 계속주장은 시간끌기 의도북한이 25일 외교부성명을 통해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가 시작되면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금까지의 주장과 비교해볼때 새로운 입장변화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그 이유는 북한이 그동안 계속 주장해온 여러가지 핵안전협정서명의 전제조건을 이미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주한미군 핵무기철수라는 한가지로 압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관계자들은 공식논평을 유보하고는 있지만 이번 성명은 우선 가중되는 국제적 압력을 완화사키기 위해 안전협정에는 일단 서명을 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 이례적으로 부시 미 대통령의 「9·27 핵감축선언」과 노태우대통령의 「11·8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는 그들의 요구를 어느정도 수용한 결과라는 논리를 폈다.
이는 성명이 『한미양측이 일찍이 우리의 정당한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같은 긍정적 조치를 취했더라면 우리의 핵담보(안전)협정체결문제는 오래전에 해결되었을 것』이라고 밝힌데서 드러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의 서명거부 책임을 한미양측에 돌리면서 이제 그 장애요인이 해결된만큼 서명을 할 수 있다는 명분을 대내외에 내세울 수 있게 된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서명이 순조롭게 해결되는가 여부는 미국이 핵무기 철수공약을 어떻게 성실히 이행하는가에 달려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핵안전협정 서명에 대한 북한의 전제조건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핵사찰수용의 조건과 한데묶어 ▲남북동시 핵무기사찰 ▲미국의 대한핵우산 보호철회 ▲미국의 대북 핵선제불공격 보장 등이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성명의 내용은 안전협정서명과 핵사찰의 전제조건을 분리하고 단순화 시킨점이 새롭다.
○…정부는 북한외교부의 성명이 서방의 북한에 대한 핵무기개발 포기압력을 누그러 뜨리면서 시간을 벌기 위한 계산된 수순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북한이 내년 2월에 열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이사회전까지는 가장 초보단계인 안전협정서명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해 왔다. 내년의 IAEA 이사회는 유엔안보리와 연계되는 강제적인 핵사찰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북한은 지난 9월 IAEA와 핵안전협정 문안에는 합의해 놓고도 주한미군 핵무기가 완전철수된것을 직접 확인(동시사찰)하지 않고서는 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오고있다. 그러나 이번 성명에서 주한미군 핵무기의 「철수완료」를 「철수시작」으로 완화한 것은 안전협정체결의 불가피성과 국제적 압력을 완화시키려는 급박한 현실을 조화시킨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의 이같은 입장변화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크게 환영하거나 별다른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것은 북한핵문제의 본질이 핵안전협정서명에 있지않기 때문이다. 우리정부는 서명과 사찰수락은 북한이 가입한 IAEA와의 조약상 의무이자 절차일뿐 우리 또는 미국과 협상의 대상이 결코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있다.
이와함께 서명과 사찰절차의 목적이 핵무기 비보유국의 핵무기개발을 감시·저지하는데 있기 때문에 북한은 핵무기를 갖기위한 목적의 핵재처리시설을 하루빨리 포기해야 한다는게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북한은 그러나 이번 성명에서 핵사찰수락의 조건으로 예의 님북핵 동시사찰을 주장했고 이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을 요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시간을 끌어 재처리시설에서 핵무기 제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은닉하려한다는 서방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것이다.<한기봉기자>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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