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종반 국회가 심상치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산안이나 추곡수매가를 비롯하여 정치관계법 등 여러 대목에서 의견대립을 보여오던 여야가 드디어는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무슨 군사작전이라도 전개할 태세인 모양이다. 야당이 끝내 반대한다면 여당은 단독으로라도 강행처리하겠다는 방침이고 여당이 단독처리를 불사한다면 야당은 실력으로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여야가 한바탕 회전이라도 벌일것 같은 일전불사의 긴장감마저 도는 분위기이다.결국은 이번 국회마저 변칙과 파행으로 끝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심각하게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번 국회는 13대를 마무리하는 의미가 있어 마지막을 원만한 운영으로 잘 장식해달라고 개회초부터 각 언론에서 이구동성으로 간곡히 부탁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야가 국민의 여망을 무시하고 당리당략에 치우쳐 파행으로 치닫는다는 것은 또한번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결과밖에 안된다.
지금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여러가지 쟁점은 얼마든지 타협과 절충이 가능한 것들이다.
예산안만 하더라도 여당은 정부원안을,야당은 1조6천억원의 삭감을 고집하고 있는데,여당이라고 해서 정부원안에서 한푼도 깎을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또 국민의 세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명분에서 1조6천억원의 당초 삭감규모를 그대로 고집하는 야당의 태도는 곧 여당에게 정부원안의 변칙처리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추곡가도 마찬가지이다. 7% 인상에 8백50만석 수매를 내세우는 정부 여당의 주장에 두자리수 인상에 1천만석 수매로 맞서는 야당의 태도는 농민에게 선전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지 모르나 보다나은 실익은 안겨주기 어렵다. 여당안을 조금이라고 상향조정시켜주는 것이 차라리 농민에게는 얼마간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선거를 의식해서 목소리만 높이는 강경투쟁쪽을 선택하는 모양이나 그것은 지나간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상투적으로 쓰던 구태의연한 방법이다.
민주화시대에서는 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단으로 문제해결에 실질적으로 접근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의 표를 얻을 수 있다.
실리는 챙겨주지 않고 겉으로만 국민을 위하고 농민을 위하는 것처럼 하는 제스처는 오히려 선거에서 감표요인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야당의 이러한 속셈을 미리 간파하고 이를 역이용해서 마음대로 단독처리하겠다는 여당의 태도 또한 구태의연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12월2일)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절충을 벌여야 한다. 정기국회든 임시국회든,열렸다하면 파행과 파국으로 막을 내리는 악습관례를 이번에는 제발 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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