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인 중구 충정로1가 서대문로터리 주변 농협중앙회 주차장에 판잣집이 한채 생겨나 행인들의 의아한 눈길을 받고있다.판자 몇장으로 얼기설기 엮은 위에 바람막이 비닐을 엉성하게 덮어씌워 집이라고 할수도 없는 초라한 판잣집에는 농민 20여명이 들어앉아 눈앞의 농협빌딩을 바라보며 23일로 엿새째 힘겨운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
경북 청송군 안덕면일대 4백13가구 고추재배 농가의 대표들인 이들은 「1년 농사 망치게한 농협은 각성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솔을 걸어 밥을 지어먹으며 끈질긴 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나 돌아보는 이도 없어 점차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농협이 지난해말 지급한 고추재배용 비닐이 말도 안되는 불량품이어서 지난 여름에 이미 대부분 파손되는 바람에 40% 이상의 감수피해가 났다』는 것.
농민들은 『농협이 농자재를 공급해주고 그에 따른 수익은 정확히 챙겨가면서도 피해가 나면 나몰라라 식으로 고개를 돌린다』며 『7년만에 모처럼 고추값이 좋아져 일부 빚도 갚을수 있었는데 농협의 무책임으로 오히려 생계가 막막해져 버렸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들은 상경한 뒤 여러차례 농협에 들어가 항의 한끝에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한다』는 답변을 끌어냈으나 정작 최소한의 피해액수인 7억5천만원 보상요구에는 『불순한 단체가 배후에 개입됐다』며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무관심에 지친 농민들은 22일 저녁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나무조각,쓰레기 등으로 모닥불을 지피고 북과 꽹과리를 들어 농악놀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안타까운 몸부림조차 바쁜 도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지 못했다. 다만 어린 중고생들 몇몇만이 안쓰러운 격려의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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