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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사찰 「수락후 지연」 유력/국제압력 가중에 미묘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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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사찰 「수락후 지연」 유력/국제압력 가중에 미묘한 변화

입력
1991.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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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규제」 우려 서명은 할듯/개발·은닉 「시간벌기」 구실모색/재처리시설 폐기없인 「북한판 NCND」 가능성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저공정찰·거점폭격 등 수개월 전만해도 조심스러웠던 군사적 수단의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등 국제적인 대북 압력이 미국을 중심으로 강경쪽으로 선회해가는 듯한 상황이다.

북한은 언제까지 이같은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불리한 형국이 결코 반전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북한으로서는 대응책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관련,대체적인 분석은 북한은 지금입장을 변화하기 위한 구실과 명분을 찾으면서 가장 유리한 시점에,즉,반대급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 갑자기 단계적으로 입장을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분석은 최근 며칠 사이에 북한이 보인 미묘한 입장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북한은 제23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개막 직전 미 전략국제문제 연구소(CSIS)의 윌리엄 테일러 부소장을 평양에 초청,핵사찰 수용의 유일한 전제조건을 남북 동시 핵무기 사찰로 단순화하고 이를 한미 고위당국자에게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사찰 수락의 전제조건으로 이와 함께 미국의 ▲대한 핵우산 보호철회 ▲대북 핵선제불공격 서면보장 등을 내세웠었다.

이에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성명도 아닐뿐더러 분명하지도 않다』며 큰 의미를 두지않았으나 『북한이 쫓기고 있는것만은 분명한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핵사찰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내세운 동시 핵무기 사찰은 남북한 신뢰구축 이후에 남북 당사자간에 전개될 군축과정에서나 고려될 수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즉 북한은 교묘히 IAEA 조약상 의무인 핵시설 사찰과 양자간 군축과정에서 가능한 핵무기 「검증」을 동일화시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 두가지는 결코 협상이나 흥정의 대상이 될수 없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75년 IAEA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이래 핵안전협정 체결은 물론 9개의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핵사찰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역시 NPT 가입국(85년)인 북한이 당사국의 의무인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수락한다면 그것이 곧 「동시 핵사찰」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점을 모를리 없는 북한이 불가능한 동시 핵무기 사찰을 들고 나오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과의 협상에 큰 목적이 있으며 압력을 비껴하면서 핵무기 개발의 시간을 벌기위한 것이라는게 국제사회의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이 영변에 건설중인 핵재처리시설이 늦어도 1년안에 완성되고 그 직후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국제사회는 더이상 기다릴수만 없다는 공통인식을 확실히 굳혀가고 있다.

이에따라 최악의 경우 준군사적,또는 군사적 방안이 수면하에서 검토되면서 가능한 모든 외교·정치적 압력수단이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일 등 서방국가들은 대북한제재의 시한을 내년 2월에 열리는 IAEA 정기이사회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AEA는 12월5일 이사회에서 핵사찰 강화방안을 한차례 논의한후 내년 2월에는 유엔안보리의 강제규제로 이어지는 보다 강화된 사찰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럴경우 북한으로서는 유엔안보리와 대항해야하는 훨씬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교류제한 등 가능한 외교수단이 병행되거나 결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점을 감안할때 북한은 연내 또는 내년초에 가장 초보적 단계인 핵안전협정에 서명할 것을 내부적으로 결정한게 아닌가하는 분석이 대체로 유력해져 가고 있으며 최근 북한이 보인 미묘한 변화는 그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데 한반도 핵문제의 복잡성이 있다. 북한은 일단 핵안전협정에 서명한다해도 국내비준을 이유로 발효시기를 최대한 늦출것으로 예상된다. 또 발효 90일 이내인 핵사찰 대상목록 제출도 지연시킬 수 있으며 사찰팀 구성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충분히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지하 등에 은닉할 시간을 끌수있는 것이다. 핵무기가 현대국제정치에서 전쟁의 수단으로서 보다는 보유자체로서 엄청난 정치·전략적 이득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북한은 쉽게 핵무기 개발의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택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판으로서 핵무기를 생각할 것이며 그럴 경우 핵무기가 없는 남쪽은 북한판 NCND에 휘말릴 상황이 될수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 이미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서방의 압력은 북한의 핵안전협정서명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본질적 문제인 북한의 핵무기개발 의지포기,즉 핵재처리시설 폐기에 집중될 것이 자명하다.

이같은 과정에서 한반도의 긴장고조와 함께 주변관련국의 이해가 뒤섞여 한반도 핵문제는 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상당기간 전개돼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핵문제는 핵으로 풀수가 없으며 해답은 남북한간의 신뢰구축을 통한 접근방식이 돼야 할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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