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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에 무너진 재활의 꿈(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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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에 무너진 재활의 꿈(등대)

입력
1991.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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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원 장애인들 단식으로 「절망」 호소매일 아침9시면 서울 서초동 내곡동 천주교장 애인재활공동체 성가원의 초라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눈물의 기도회가 열린다.

『성모마리아여 이제 우리의 소망이었던 재활의 꿈은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배고픔은 참을 수 있으나 아무런 힘도없는 현실이 우리를 더 지치게 합니다…』

22일로 단식 6일째를 맞은 장애인 15명은 이날도 기도하다 절망적인 자신들의 처지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선청성뇌성마비,교통사고 등으로 하나같이 불구의 몸인 이들은 그러나 얼마전까지만해도 희망을 갖고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 했었다.

83년 자활촌 건립을 목표로 모여 함께 생활하면서 성모상,묵주,촛대 등 성물을 만들어 팔아온 이들은 그동안 모은 8천만원으로 지난 3월 경기 용인에 1천6백여평의 자활촌부지를 확보,건물이 완공되는 내년 5월이면 남부럽지않은 보금자리와 공장을 갖게된다는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8년여에 걸친 각고의 노력은 최근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지난달 11일 관할 서초구청은 그린벨트안에 불법공장을 차렸다는 이유로 포클레인을 동원,숙소만 남기고 성물을 만들던 비닐하우스 공장건물을 밀어버렸다. 공사계약서를 보여주며 철거반원들의 바지자락을 붙들고 6개월만 여유를 달라고 매달렸으나 소용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이튿날 새벽 무너진 공장 비닐하우스에 불이나 성탄용품으로 만들어 놓은 성물 10만여점과 목공기계,자재 등이 한줌의 재로 변하고 말았다.

성가원 가족들은 이 불도 철거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곳에 온지 3년동안 아무일이 없었는데 경찰수사결과 누전이 화인이라면 철거때 전깃줄이 벗겨지면서 밤사이 이슬을 맞아 누전된것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가슴까지 숯덩이가 된 장애인들은 구청에 피해보상을 요구했으나 『적법한 공권력 집행 이었을뿐』이라는 대답만 들었다.

각처에 진정서를 내 지난 12일 정부합동민원실로부터 『진정인들의 주장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유관기관에 처리,결과를 회신토록 했다』는 반가운 통보를 들었으나 지금까지 실태파악 조사원조차 찾아온 일이 없다.

결국 이들은 차갑게 외면하는 세상을 향해 지난 17일 단식이라는 극한적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용인건물공사 중도금 납부일을 지키지 못하면 더이상 재생의 길이 없음을 너무나 잘알고 있는 이들은 이제 신의 손길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천주의 성모마리아여,이제와 우리 죽을때에 우리 죄인을 위해 빌으소서…』 삶에 지친 이들의 낮은 기도소리만 차가운 벌판에 끊임없이 흩어지고 있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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