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언론들이 폭격 등 군사행동을 거론하는 것은 실로 패권주의적 보도자세다. 직접 당사자인 한국민의 안위를 도외시한 이같은 발상은 도대체 미국언론이 북한의 핵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자체가 우리를 걱정해서인가를 의심케 한다.분명 아직 실재하지 않는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민에게 실재적 위험이 큰 군사행동을 미국언론이 논하는 것은 「우방」의 자세라 할수 없다. 아무리 한국사회가 미국의 소리에 귀가 얇더라도 군사행동론에 솔깃해 할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군사행동론을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으면 좋겠지만 그에 앞거 과거의 교훈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난 83년 소련의 KAL기 격추사건에 대한 미국언론의 보도자세를 언론학자들은 정부의 선전전에 영합한 냉전형 왜곡보도의 전형으로 규정한다.
결론없는 다른 부분은 논외로 하고 소련은 KAL기를 미국 첩보기로 오인했든 어쨌든 간에 민간여객기임을 마지막까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 사건 전개과정을 소상히 지켜보고 있었던 미군 정보관계자들 자신의 증언이었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는 정보 실무자들의 이의를 누른채 이 사건을 대대적인 「소련악인화」 선전에 이용했다. 그리고 미국언론들은 정부의 은폐속에 드러난 사실들은 외면한 채 선전공세에 앞장섰고 후일 정부가 의회증언에서 KAL기 격추는 소련의 순전한 실수였다고 결론 내린데는 침묵했다.
이같은 미국측의 반소 캠페인의 진정한 피해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 한국사회는 소련을 규탄하느라 미국의 반소 캠페인이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더욱 어렵게 하고 한소관계 개선마저 부당하게 지연시켰음을 간과했다. 소련의 책임문제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지만 왜곡된 「소련악인화」 공세는 우리를 결국 이중의 피해자로 만들었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사회가 이같은 미국언론보도들에 대한 검증에 소홀하다는 사실에 있다. 지금도 이들의 북한 핵문제 보도를 우리사회와 언론이 냉철한 시각으로 저울질하지 않고 덩달아 위기국면을 조성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이라크공격과 북한폭격은 미국측에는 비슷할지 몰라도 우리자신에게는 비교대상조차 될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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