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등 배제한채 변호사들 “승산”/“조용히 진행했어야” 기자회견 후회/YS관련설은 파문진원지로 볼때 “설득력 약하다”○…현대그룹이 20일 1천3백61억원의 세금을 완납키로 원칙을 결정함으로써 지난 18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전격적인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현대그룹 납세거부 파문은 「48시간의 폭풍」으로 일단 막을 내렸다.
현대그룹은 21일 세금완납 방침을 발표,사태가 마무리됐음을 공식확인했다.
이번 사태는 국내의 대표적인 재벌그룹인 현대가 기업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세무당국에 대해 이의를 정식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일반의 최대관심사로서 비상한 주목을 끌었고 해외언론까지 사태진전을 주시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재계로서는 이번 사태가 엄청난 파국을 가져올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던만큼 현대의 신속한 사태해결에 반가워하는 모습들이다.
재계는 아울러 이번 사태를 통해 재계의 한계를 다시 한번 명백히 확인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의 구체적인 발단은 지난 18일 정 명예회장이 상오7시가 조금지나 출근하자마자 실무자들에게 상오10시에 기자회견을 준비하도록 지시한것이다. 정 명예회장의 이와같은 결정에 2세들이나 그룹 고위경영층은 깊이있는 간여를 하지못했으며 그룹 고문변호사와 세무사 등이 법률적 검토작업을 한끝에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은 또 하루 전날인 일요일에 사돈인 노신영 전 총리,현대 경제사회연구소 회장인 최광수 전 외무장관 등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돼 이 자리에서 거부선언에 대한 마무리검토가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 명예회장의 「미납상태에서의 법정소송」 기자회견중 『돈이 없어서 세금을 내지 못해 유감』이라는 대목이 특히 일반에 많이 회자됐다.
국세청의 과세에 대해 직설적으로 『불복한다』고 표현하기가 다소 거북해 우회하는 표현으로 선택된 이말은 현대그룹의 단기적인 자금사정을 염두에 두고서 한것이지만 실제로 현대가 신문을 새로 창간하고 성균관대를 인수하려는 움직임 등과 대조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번 사태는 또 당초의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마무리과정에 이르기까지 민자당의 김영삼대표 최고위원 관련설이 끊임없이 증시를 중심으로 나돌았다.
현대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있을 때도 그 이유가 정 명예회장이 김 대표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떠돌았으며 이번의 완납결정에도 김 대표가 정부와 현대간의 중재를 이끌어냈다는 루머가 증시에 흘러나왔다.
그러나 최소한 김 대표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설은 김 대표의 오른팔 격인 김덕룡의원이 현대세무조사 파문을 더욱 확대시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할때 설득력을 다소 잃게 된다.
○…현대의 완납결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은 이번 사태를 국가조세권에 대한 반발로 받아들이는 일반의 시각이었다.
현대쪽에서도 정 명예회장의 거부선언에 앞서 예상되는 경제적 불이익 등을 검토했지만 국가조세권에 대한 반발로 인식되리라고는 미처 예기치 못했다. 국가조세권에 대한 반발이라는 인식이 널리 유포되지 않았을 경우 경제적 불이익은 그대로 감수한 채 이의제기가 진행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대그룹 내 일각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처음부터 기자회견을 가진것이 실수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단 조용히 일을 진행해 놓은 후 정 명예회장이 기회를 봐서 나중에 나서는게 나았을 것이라는 얘기.
○…현대그룹은 20일의 사장단 운영위원회서 완납 결정을 내려놓고도 우선 청와대와 국세청에 통보한 후에 공식화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완납결정을 내린 후 청와대에는 정세영회장이 직접 들어가 이같은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세청에는 종합기획실의 실무책임자인 김호일상무가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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