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존심산업에 아주자본 투입계기/미 여론 “기술이전 위험”/MD측 “살기위한 방편”【뉴욕=김수종특파원】 미국 산업의 자존심인 항공우주산업에 황색물결이 넘실거리고 있다.
미 맥도널 더글러스사와 대만의 아에로스페이스사는 20일 『아에로스페이스가 MD사의 민간항공기 제작분야 40%를 20억달러에 구입한다』는 획기적인 양해각서에 서명함으로써,미 항공산업에 아시아자본이 공식적으로 투입되게 됐다.
양사는 곧 세부교섭에 들어가 내년 1월31일까지 최종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MD사는 이에따라 최신 장거리항공기인 MD20기의 동체와 날개부분을 생산하는 공장을 아에로스페이스사와 합작으로 대만에 설립하게되며,항공기 완제품은 미국에서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번 계약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MD사의 어려움과 항공산업에 진출하려는 대만 항공사들의 야심이 맞아떨어져 이루어졌다.
그러나 MD사의 계약에 미국 여론은 일제히 『위험한 도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의회의 주요인사들은 『헐값에 엄청난 항공기술을 넘겨줄 이유가 무엇이냐』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MD사는 군용기를 주로 생산해온 회사라서 미국인들의 우려는 한층 높다.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보잉과 더불어 미국이 내세우는 항공기제작의 양대산맥이다. 보잉이 민간항공기 제작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맥도널은 F15 아파치헬기 등 군용기생산에 주력해왔다. 물론 여객기 제작에서도 보잉 에어버스에 이어 세계민간항공기 공급의 14%를 점하고 있다.
맥도널이 계획하고 있는 MD 12는 보잉 747보다도 항속거리가 2천마일이 긴 9천마일로 장차 가장 성장잠재력이 큰 태평양횡단노선에 대비한 기종이다.
맥도널사가 대만과 합작하는 것은 우선 20억달러나 되는 기금을 쉽게 동원할 수 있고,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으며 일본이나 한국 등과 거래하는 것보다는 전략적으로 무난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상업성을 따지더라도 기술이나 항공기수요면에서 앞선 일본과 한국을 제치고 대만을 끌어들이는데 비판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반적 여론은 특정국가와의 관계보다는 아시아에 대한 기술이전에 대한 위기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보잉 777제작에 일본기업이 20%의 부품제작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은 조바심을 보이는 터이다. 미국인들중에는 미국산업의 도미노현상을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즉 맥도널이 아시아와의 과감한 합작을 감행할 경우 라이벌사인 보잉이 외국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기술을 파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항공기 분야도 VCR나 자동차처럼 일본 등 아시아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린다는 우려인 것이다.
맥도널의 계획이 알려지자 제프 빙거맨상원의원과 리처드 게파트하원의원은 미국의 이익에 부정적이라며 행정부의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의원들도 『미국의 항공 대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미국이 아닌 외국의 도움을 받아야한다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고 분개하고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있는 MD사 공장의 종업원들도 회사측 계획에 반대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존 맥도널회장 등 경영진들은 『살기위한 고육지책』이라며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MD사는 금년초 국방부가 해군용 차세대 A12공격기의 생산계약을 취소함으로써 10억달러의 손실을 본데다 7억달러에 달하는 C17생산가 인상,국세청의 11억달러 세금추징계획 등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또한 민간항공기시장 점유율도 87년 23%에서 올해 20%로 떨어져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다. 미국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여론속에서 MD사의 생존전략이 어떻게 정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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