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팔아 납기 맞추기엔 힘들듯/9백11억중 5백억은 이미 확보/유가증권 처분… 급할땐 사채도/세금 마련현대그룹이 납세불복 선언이후 3일만에 세금을 완납키로 결정한 이후 과연 1천3백61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세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려있다.
현대측의 4백50억원에 대한 징수유예 요청을 국세청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현대측은 나머지 9백11억원을 늦어도 내달말까지는 완납해야 한다. 징수유예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현대는 현대중공업 등 13대 계열사의 법인세 4백15억원은 이달말까지 납부해야 하며 정주영 명예회장 등 일가 9명은 4백36억원(증여세 제외)의 소득세를 12월말까지 완납해야 한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납세불복 선언때 『돈이 없어 못내겠다』고 밝혔듯이 현대측의 자금사정이 원활한 것만은 아니어서 기일내 납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측은 기한내에 납부키로한 9백11억원중 이미 반이상인 5백억여원은 확보해 놓았고 나머지 4백억여원은 주식 등 유가증권을 처분해 마련키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1개사에서만 하루에 돌리는 자금이 2천억원에 달하므로 계열사에서 1백억원씩만 조달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증권을 매각해 마련하겠다는 4백억원의 자금조달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은 2백억원에 이르는 은행예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대출을 위한 담보로 잡혀있어 즉각 인출하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법인 명의의 금융채나 국공채 CD(양도성예금증서) 등 금융자산 잔고도 많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가피할 경우 부동산을 처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처분하는데 많은 시일이 걸려 납기에 맞추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4백15억원의 법인세를 내야하는 계열사들은 현금과 예금,받을어음,외상매출금,단기대여금 등 단기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재원이 3조8천3백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느나 이를 납기내에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열사들은 운전자금 등을 이용,우선 세금을 납부할 수 있으나 개인들은 자금마련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 일가 9명은 개인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보유주식이나 채권의 매각,또는 단자사나 보험사 등으로부터의 차입 등을 고려하고 있으나 부득이할 경우 사채를 끌어들일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있다. 세금 납부이후 개인보유 부동산을 매각하여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대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밝혀졌듯이 개인들이 계열사에서 가지급금 형태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고있다.<김주언기자>김주언기자>
◎재해·중대한 사업위기등/불가피한 경우 받아들여/내년 8월까지 연장가능/납세유예
현대그룹이 국세청에 내기로 한 일부세금의 납세유예는 납세자가 불가피한 이유로 세금을 못내게 됐을때 일정기간 납부기한을 연장 해주고 체납처분도 유보하는 조치이다.
납세유예에는 자진신고 납부할 세금의 납기를 최장 6개월간 연장하는 납기연장과 이미 확정고지한 세금의 납부기한을 9개월까지 연장하는 징수유예 조치가 있다.
따라서 현대가 납세유예 신청을 내기로한 4백50억원중 현대건설 법인세 2백16억원은 내년 8월로,정몽구(1백65억원) 정몽규씨(69억원)의 신고분 소득세 2백34억원은 내년 6월로 각각 납부기한이 연장될 수 있다.
이 기간중 현대는 세금을 일정액씩 분납할 수 있고 국세청은 독촉장을 발부하거나 체납가산금을 물리지 않는다.
납세유예 신청은 납세지 세무서에 내야하고 유예할 세금액수 만큼의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담보는 통상적으로 부동산보다는 보증보험회사가 발행하는 납세보증보험 증권으로 대신하는게 관례이다.
그러나 납세유예는 국세징수법에 규정된 매우 엄격한 요건에 해당돼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 요건은 ▲재해 및 도난으로 재산에 심한 손실을 받은때 ▲사업에 현저한 손실을 받을때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때 ▲질병이나 중상해로 장기치료를 요하는때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을때로 국한된다.
이중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때」란 ▲판매의 급속한 감소 ▲재고누적 ▲매출 채권의 회수곤란 ▲노동쟁의로 인한 조업중단 ▲기타사정으로 인한 자급경색으로 부도발생 또는 기업부도의 우려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현대가 「기댈 수 있는」 조항이 바로 이 부분이므로 결국 과연 현대가 이러한 「사업중대위기」에 처해 있느냐의 사실여부 판단이 납세유예의 관건이다.
현대측도 21일 발표한 발표문에서 이를 의식,『중동전으로 인해 해외건설 시장에서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건설 등은 징수유예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일각에서는 『현대가 객관적으로 부도발생이 우려될만큼 어려운 것은 아니다』며 징수유예 허가 가능성을 회의시하거나 특혜 시비가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않다.
그러나 이번 현대파문이 국가 전체에 미친 충격파와 그동안의 분위기 변화를 고려할때 국세청이 유예신청을 수용할 것이라는게 지배적 관측이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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