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증여 “요술 방망이”/필요따라 높이고 낮춰/공모가보다 낮게 양도/세무사등 평가때도 기업의견 그대로 반영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납세불복 선언이후 현대측과 국세청의 과세여부를 둘러싼 핵심쟁점인 비상장 주식의 시가평가문제는 재벌그룹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온 변칙상속·증여의 요술방망이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거래가 없는 비상장 주식의 시가는 평가기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재벌그룹들은 주식을 증여하거나 상속할때는 세금을 내지않기 위해 시가를 낮추고 기업공개나 기업합병때는 시가를 높여 엄청난 자본이득을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측과 국세청의 세금분쟁에 있어 핵심적인 쟁점은 국세청의 추징세액 1천3백61억원의 95%를 차지하는 비상장주식의 저가양도 부분이다.
국세청은 문제가된 현대정공의 공모예정 가격이 주당 1만5천원,현대해상화재보험 2만6천원,현대강관은 1만7천원 이었으므로 시가로 볼 수 있는 이 가격에 양도해야함에도 정 명예회장 일가는 이보다 낮은 가격에 양도했기 때문에 차액에 세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현대측은 양도 1년후의 공모예정 가격을 양도 당시의 시가로 평가하는것은 무리라며 상속세법 시행령 5조의 규정에 따라 평가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측은 이 규정에 따라 시가를 평가하면 평가가액이 크게 낮아져 저가양도에 해당되지 않아 세금을 물지않거나 세금을 내더라도 세액이 크게 삭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측의 이같은 주장의 이면에는 시가평가는 편의에 따라 임의로 조작할 수도 있다는 속셈이 숨겨져 있다. 주식양도시에는 낮게 평가됐던 시가가 불과 1년후 기업공개때는 평가됐다는 것은 기업내용의 커다란 변화없이도 시가가 현대측의 의도에 따라 마음대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의 시가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상속세법 시행령 5조에도 해당기업의 주당 자산가치와 주당수익 가치를 더해 둘로 나눈것을 시가로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의 자산가치에는 영업권·특허권·저작권 등 무형재산이 포함돼 있어 이의 재산가치를 정확히 따지기 어려운데다 수익가치에는 기업의 성장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까지 포함돼 있어 이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산정하는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비상장주식의 시가는 세무사·공인회계사·증권사 등이 평가할 수 있으나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하기때문에 기업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된다. 평가의 공정성을 기한다는 명분으로 신용평가 회사와 감정원 등 제3의 평가기관의 의견을 반영토록 하고 있으나 평가기관마다 평가가 달라 공정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재벌기업들은 시가평가를 임의로 산정하여 세금은 적게 물고 자본이득은 엄청나게 챙겨 「변칙적인 상속」이나 「비자금 조성」 등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같은 시가평가의 맹점을 이용한 변칙수법을 방지하기 위해 실질평가 원칙에 의해 시가를 평가하고 있으나 국세청의 평가조차 정확성이 결여돼 이번 현대사건과 같은 과세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김주언기자>김주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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