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론등 세 불리 일단 “항복”/현대 추징세금 납부 급선회 배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론등 세 불리 일단 “항복”/현대 추징세금 납부 급선회 배경

입력
1991.11.21 00:00
0 0

◎일부 “회사 존립 위기감”/선납 후소송 방향전환/세정 상처·정회장 위상 변화등 후유증 클듯20일 현대그룹이 당초 방침을 번복,사흘만에 추징세액을 전액 납부키로 급선회한 것은 파문이 더이상 번지지않도록 막기위한 「기권」 선언에 가깝다고 볼수 있다.

현대측은 이번 사태직후 이날까지 급격히 악화되는 국민여론과 요지부동인 당국의 강경대응,양쪽의 협공에 눌려 그룹 존립자체가 위협받는 위기감에 시달려 왔다.

따라서 여론을 조기 수습하는 최선의 방향은 일단 세금을 내고 보자는 방향외에 별다른 선택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세금을 내되 분할 납부키로 결정,돈없어 못낸다던 당초 명분을 살리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현대측으로서는 이번 사태가 그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만큼 일파만파로 확대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극심한 자금난속에서 1천3백61억원이라는 세정사상 최대규모 세액을 별다른 이의제기도 못한채 그냥 내기는 억울했을 것이다.

또 국내 최대그룹을 자부하는 현대가 최근들어 나날이 구체화돼가는 당국의 경제력완화·소유분산유도 등 소위 「반대기업」적 정책흐름에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일종의 의무감같은 것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현행 세법상 납부를 않더라도 연체가산금은 25%에 불과하고 법정투쟁으로 갈때 확정판결은 7공때나 가능,잘하면 세금을 아예 물지않는 실리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같은 다각적 심사숙고가 사실이었다해도 현대측은 국민여론의 향배라는 가장 중요한 변수를 고려치못한 실수를 범한 셈이다.

정주영회장의 회견내용이 알려지자 대다수 국민들은 『재벌이 돈없어 세금 못내겠다니 말이 되느냐』면서 당국의 「응징」을 기대하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측도 세금 납부거부를 국가 고유권한인 조세징수권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재산압류 등 세법상 조치뿐 아니라 다각적인 채널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론은 이번 사태의 성격이 현대가 6공 정권차원을 넘어 국가공권력 자체에 중대한 위협을 가한것으로 보고 대부분 현대측의 행위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였다.

현대측의 극적인 입장선회는 이같은 고립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그룹의 존립조차 위태로운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때늦은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 있다.

현대그룹이 갖는 국민경제적 위상이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때 예상되는 국내외적 각종 파문을 감안할때 이 정도나마 조기수습방안을 마려한 것도 여러모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는 충격이 컸던만큼 앞으로 닥칠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먼저 사태장본인인 정 회장의 그룹내 위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18일 『돈없어 세금못낸다』는 소신을 밝힌 당사자가 정 회장이어서 이날 그룹사장단건의 형식으로 밝힌 수습책과는 명백히 의사표명의 주체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이 정부에 맞서는 용기를 보이고 뒤늦게 그룹사장단이 수습하는 형태가 돼서 이번 사태로 정 회장 개인의 정치적 위상만 높여준 결과가 될수도 있다. 바로 이점 때문에 정부일각에선 『정 회장의 실질적인 퇴진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세금 납부거부와 분납 혹은 유예신청의사 사이에 무슨 태도 변화를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현대뿐 아니라 다른 재벌그룹이 거부선언­번복을 또다시 되풀이,국민감정을 자극하고 정부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을 벌이지 말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세무당국을 비롯한 6공정부 위신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새겨진 셈이다.

애당초부터 세정이 만인에 공평하게 원칙대로 엄정 집행됐더라면 민간 기업이 국가에 감히 맞서는 「변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세법이나 주시이동감시 등 각종 제도 법령장치가 정상가동되고 「정경유착」의 어두운 관행에 물들어 재벌이 정부나 국회를 우습게 여기는 사회풍토만 아니었어도 이번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부분 국민들은 『정부가 이번 사태를 엄정한 세정확립과 제도·법령보완의 계기로 삼을 경우 그나마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유석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