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장 “자금상태 검토하라” 수용시사/직원들 “우리모두 돕자” 모금움직임도/증시선 정회장 은퇴등 설따라 주가 등락거듭추징세금 거부발표 3일만에 현대그룹이 「선세금납부 후법정투쟁」으로 전면후퇴한 것은 일반의 시각이 현대의 불복을 전면적인 정경 대결양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대로 그냥 뒀다간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사태가 전개될 조짐을 보이자 핵심 경영인들이 조기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20일에도 평상시와 같이 상오7시가 조금지나 청운동 자택에서 걸어서 출근,상오7시30분에는 임원들과 함께 본사 바로옆의 원서공원에서 체조를 했다. 또 상오에는 지역사회학교 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다만 이날 하오5시의 태평양시대위원회 창립식에는 참석계획을 취소했다.
대체로 평상시와 다름없는 일정이었으나 상오9시의 사장단 운영위원회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정세영 그룹회장 등 핵심경영인 5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사장단들은 최근의 사태진전이 더이상 방치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라며 세금을 먼저 납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우선 세금을 다 내놓고나면 나중에 법정소송 등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국가조세권에 대한 반발로 비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정 명예회장에게 역설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명예회장도 수용의사를 표시,즉시 종합기획실 실무팀에 구체적인 자금여력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현대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자금사정을 감안,1천3백61억원의 세금을 모두 납부하되 사정이 어려운 일부 계열사는 세금 징수유예 조치를 국세청에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는 개인 소득·증여세는 우선 모두 납부하고 법인세 중에서 현대건설,현대중공업,현대정공 등 3개 게열사의 4백49억원에 대해 징수유예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이같은 방침을 결정한 후 이날 하오 정세영회장이 서영택 국세청장에게 사전통보를 하려했으나 서 청장이 국회예결위에 출석함에 따라 양자회동은 일단 불발,21일로 미뤄졌다.
이처럼 경영층의 방침이 조기수습 쪽으로 급선회한 가운데 현대의 일반직원들은 회사가 세금을 낼 돈이 없으면 직원의 개인호주머니에서 돈을 모으든가 연말보너스를 받지않는 방식으로 1천3백61억원의 세금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을 일부 내놓기도.
직원들의 숫자만 해도 17만명이므로 갹출이든 보너스 반납이든 1인당 1백만원씩만 보태면 1천7백억원이 쉽게 모인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직원들의 모금의견 등을 포함해 갖가지 정보의 집합체인 증시에는 최근 현대관련 정보가 난무했으며 이에 따라 현대계열사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했다.
정 명예회장이 이번 사태를 수습키위해 93년의 은퇴 예정을 앞당겨 오는 25일의 희수연에서 은퇴를 전격 선언할 것이라는 은퇴설도 한때 나돌았다. 이에 대해 현대에선 어불성설이라며 완강히 부인.
20일 상오엔 현대그룹이 추징세액 전부를 한꺼번에 납부할 것이라는 결정을 내린 사실이 이미 알려져 현대계열사 주식이 대부분 상한가를 보였으며 종합주가지수도 강세를 띠어 증시의 빠른 정보를 실감케 하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의 방향선회엔 기업활동으로 온갖 풍상을 겪은 주변의 핵심경영인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반면 지난 18일의 정 명예회장 납세거부 선언엔 고문변호사들이 주도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의 입장 변경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되던 현대 추징세액 납세거부파문은 다시 급격히 진정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금을 낸 상태에서의 이의제기 정도는 납세자에게 인정돼 있는 권한의 행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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