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외교력… “페레스트로이카 설계사”/정치적위기 맞은 「고르비의 승부수」인듯『난파선의 부선장이 될 것인가. 아니면 크렘린 옛 영광의 복원자가 될것인가』
지난해말 『독재가 다가오고 있다』며 전격사임했던 셰바르드나제(63)는 사임때 만큼이나 극적으로 외무장관직에 되돌아와 이처럼 기대와 회의를 한몸에 받고 있다. 보리스 판킨 전 외무장관은 영국대사로 전보됐다.
무력해진 연방,추락한 경제,주춤거리는 서방원조 등 열악한 정치환경 속에서 셰바르드나제가 「페레스트로이카의 설계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소련호의 기우는 돛을 지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고르비가 절박한 심정으로 셰바르드나제를 마지막 승부스로 선택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세바르드나제에게는 포포프 모스크바 시장,소브차크 페테르부르크 시장 등 소련내 민주개혁 지도자들의 지지와 서방주요국들의 신뢰가 있다. 그의 복귀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부시 미 대통령이 『우리는 그를 존경한다』고 환영하고 야코블레프 소련 대통령 고문 등 소련 주요인사들도 무한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런만큼 소련 쿠데타이후 위상이 격하될대로 격하된 고르바초프로서는 연방유지·서방지원 획득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양수겸장의 셰바르드나제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소련이 개혁은 물론 생존을 위해서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외화의 확보다.
셰바르드나제가 탁월한 외교역량으로 곤경 해결의 실마리인 달러확보 문제 즉,서방원조 문제를 해결한다면 실추된 연방의 권위는 상당부분 회복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개혁도 순항할 수 있게되고 새로이 탄생될 소연방도 초강대국이라는 지위를 향유할 수 있다.
그러나 고르비라는 「영웅」도 막지못한 소련붕괴 사태가 셰바르드나제의 복귀로 역전될는지에는 회의론이 많다. 서방 주요국들이 「인간 셰바르드나제」만을 보고 소련지원에 선뜻 나서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외무부도 예전과 같지는 않다. 과거 5천여명의 직원이 일하던 외무부는 최근 명칭도 「대외관계부」로 바뀌고 직원도 거의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또한 개별공화국들의 독자외교 강화로 연방외교권도 많이 약화됐다.
그럼에도 그에대한 기대가 큰 이유는 그와 고르비가 동구민주화·소련공산주의 종언이라는 대변혁을 초래한 주역이었기에 「우연에 의한 역사전환」을 바라는 소련인의 희망과 세계인의 낭만때문인지도 모른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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