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 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감옥에 가야될 사람들이 의사당에 앉아 법을 만든다니…」 TV토론에서 나온 대학교수의 생경한 주장이 국회의 비위를 크게 건드린 모양이다. 국회의장과 여야총무가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그렇잖아도 국회의원의 주가가 계속 하종가를 치는 마당에 범법자 취급은 충격적이고 모독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에 국회측의 해명요구가 즉흥적인 반발이기보다 명예회복을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라고 너그럽게 보아 넘길수도 있을줄 안다. 그러나 발언의 자초지종을 면밀히 검토하는 냉정이 결여되었음이 우선 유감이다.
서울대 이명현교수는 KBS의 심야토론 「돈 안드는 선거,할수없나」라는 프로에 출연하여 타락선거와 불법상을 지적하며 과격한 주장을 펼친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의 4대 선거를 앞두고 돈 안드는 선거는 지금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나라의 성쇠가 좌우된다는 긴박감마저 밀어닥치는 현실이다. 그런데 정작 정치권에선 당리당략에 따라 물밑 협상을 거듭하면서 뚜렷한 대책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우리가 지금 가장 아쉬워 하는 것은 타락과 수10억원의 금품이 판치는 선거를 바로 잡아야 하는 정치인 특히 의원 스스로의 자숙과 실천적 노력이다. 하지만 겉으론 제법 우려의 뜻을 나타내는것 같으나 속으론 아주 딴 생각을 하고 구태의연하게 대처하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보인다.
TV토론에 나온 대학교수의 발언도 물론 흠결이 있음은 마땅히 지적되어야 한다. 신중과 냉정을 결여하고 표현이 직설적이고 거칠었다는 반감은 있을만 하다. 자칫 의원들을 일률적으로 감옥에 가야 할 범법자로 규정하는듯한 주장은 상식과 이성의 판단을 넘어선 것이다.
우리가 거듭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정치행태이다. 파문 자체가 극에 달한 정치 불신의 증거라는 국회 일각의 반응은 당연하기만 하다는 생각이다. 정치와 국회의원의 명예가 날개도 없이 추락하게된 원인이 무엇인가를 자문해 보면 해답은 절로 나온다. 오늘의 부패 선거는 제도와 특정정당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형편이 아닌가. 정경유착이나 공천장사와 같은 의혹과 유혹이 제기되어야 깨끗한 선거를 기대하게 된다.
국회의 해명요구는 자체반성과 겸허한 비판이 있었다면 그나마 국민의 이해를 얻고 타당성의 발판을 마련하였을 것이나,그런 여과과정이 없는 대응은 오히려 권위에 상처나 입히지 않을까 우려되는 바다. 이번의 작은 파동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새삼 이 사회의 미숙성을 깨닫게 된다. 비판은 자극적이고 반발은 노골적이니 두루 어른답지가 못하다. 노련과 성숙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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