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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벌탈세 불용” 초강경/「현대사태」 정·경 움직임과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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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벌탈세 불용” 초강경/「현대사태」 정·경 움직임과 반응

입력
1991.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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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파렴치한 도발… 「시간벌기」 오산”/국세청/“현대 해명 거짓… 부도덕적” 분개▷청와대◁

청와대는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이 추징세 납부거부 의사를 밝힌데 대해 내부적으로는 「정권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신중하게 대응해 나가려는 모습이 역연.

정 회장이 불복의사를 분명히 하자 청와대 비서실 고위관계자들은 정부 및 정권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구수회의를 갖는 등 긴급대응.

이에따라 정해창 비서실장과 김종일 경제수석 등은 구수회의 결과를 취합,노태우대통령에게 현대사태를 직접 보고했는데 노 대통령은 몹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현대측의 불복결정에 대한 관계부처의 조치가 단호하게 이뤄지도록 하라고 지시를 했다는 후문.

노 대통령은 그러나 현대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정권과 재벌간의 싸움으로 비춰지거나 정부가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도 함께 했다는 것.

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와 당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오만방자한 행위』라고 정 회장의 태도를 공공연히 비난. 이들은 특히 정 회장이 기자회견·해명광고 등을 낸 것 자체가 「정권에 미움을 사 공연히 당하고 있다」는 식의 대국민 이미지 조성을 위한 계획도 도발이라고 해석하는 모습.

한 수석 비서관은 『탈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파렴치한 행위이며 특히 세금없는 부의 세습은 반윤리적 행위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현대측을 비난한뒤 『정부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고 현대로부터 추징세를 받겠지만 오히려 정부를 공격하고 나선 정 회장이 도덕적으로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자신.

청와대는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감정을 자제하는 인상이 뚜렷했는데 대부분의 수석비서관들은 현대에 대한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관련부서인 국세청이 법대로 대응할 것』이라고만 담담하게 대답.

이는 일부언론에 청와대 반응이 여과되지 않은채 보도되고 사태가 청와대와 현대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진전돼가고 있는데 대한 반작용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

한 수석비서관은 『현대사태는 자본주의 정착과정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진통』이라고 말한뒤 『재벌이 지난 70년대부터 권력과 결탁해 무소불위의 권능을 갖고 성장해온데서 비롯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 이 수석비서관은 『현대측이 정치적 환경변화를 예측하며 시간을 벌기위해 거부결정을 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면서 『재벌기업인들이 법망을 피해 적당히 돈을 벌고 축재한뒤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앞으로는 더 힘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

▷국세청◁

현대그룹의 정면 반격을 받은 과세당사자인 국세청은 현대측이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납세거부 논리를 반박하는 한편으로 강제 징수 절차를 준비하는 등 민감한 대응을 하고 있다.

국세청은 18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서영택 청장이 일부 간부들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일단 감정적 대응은 자제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으나 하오들어서 태도를 바꿔 현대논리를 정면반박하는 쪽으로 선회.

이에따라 국세청은 이날 상오에 발표한 간단한 논평을 취소하고 정 회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장문의 해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19일에도 전날 발표한 해명서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료를 재차발표하는 등 대응강도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국세청은 특히 정 회장이 그동안 2백60억원의 상속·증여세를 성실히 납부했다는 주장에 분개하며 2백60억원이 모두 국세청의 조사로 추징한 세금이라며 이례적으로 조사내용까지 공개.

국세청에서는 그동안 『이번 조사에서 현대의 부도덕성이 분명히 드러난 이상 현대측이 더이상 할말이 있겠느냐』며 다소 느긋한 자세를 보여왔으나 현대측이 납세를 정면거부하는 강경책으로 나오자 다소 당황해하는 모습.

국세청 관리들은 정 회장의 의도를 여러 각도에서 풀이하면서도 『정권초기라면 현대가 감히 이럴 수 있겠느냐』며 앞으로의 사태전개를 우려하기도.

이런 가운데 이번 현대주식 이동조사를 담당한 조사국 요원들은 앞으로의 법정소송을 각오하고 과세근거를 강화하기 위해 외국의 판례를 수집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있을 압류처분에 대비해 압류대상이 될 계열사와 정 회장 일가의 재산현황을 조사하는 작업도 이미 시작했다.<이종구·배정근기자>

◎현대 “법정투쟁 손해볼것 없다”/“차기정권가야 결정” 버티기/현대/여론·향후 재벌정책에 신경/재계

▷현대◁

현대그룹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국세청 추징액에 대한 불복 기자회견이후 그룹 종합기획실 실무자들과 20여명의 변호인 단으로 구성된 대책반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법적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측은 불복선언이전 그룹산하 고문변화사를 비롯,공인회계사·세무사 등의 법률자문을 거쳐 ▲대체적인 수용 ▲부분수용·부분반박 ▲납세후 이의제기 ▲납세거부 소송 등 4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방안을 겸토해왔으나 납세거부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채택됨에 따라 법적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

문인구 현대건설 고문변호사를 비롯,그룹산하 각 기업담당 고문변호사들로 구성된 대책반은 앞으로의 법적투쟁에 대비,소송절차와 세금의 세목별 파악 등 세부적인 준비작업에 착수.

특히 대책반은 이번에 적용된 공개전 저가양도와 유사한 대법원 판례 및 국세심판소의 심판례 등을 수집,집중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현대측은 이번 추징 세액규모 1천3백61억원중 95%인 1천2백80억원이 비상장기업이 저가평가에 의한 것으로 보고 현행 상속세법상의 「비상장주식 시가평가」 부분을 집중 연구중. 또 국내에서는 이와관련되 사례를 수집,찾기 어려워 미국 및 일본 등의 사례를 수집,법정에 제출할 방침.

현대측은 그러나 과세근거가 명백한 추징세금은 일부 납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불복선언을 결정하기까지 여러상황을 고려해봤으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채 불복청구를 하고 수년간 법정투쟁을 벌이더라도 체납가산금 25%를 내는 쪽이 돈을 미리 내는것보다 더 유리할 뿐더러 최종결정은 적어도 2년위인 차기정권에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극한 극한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

현대그룹은 정 명예회장의 불복선언이후 여론의 향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특히 청와대의 공식반응에 최대의 관심을 표명.

그러나 현대측의 불복선언이후 국세청이 즉각 발표한 반박문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반박보다는 법정에서 법리에 따라 심판을 받겠다는 반응.

▷재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납세거부 선언이 재계에 던진 충격파는 19일 가라앉기는 커녕 오히려 무게를 더해 깊숙히 퍼져나가고 있는 느낌.

마치 핵폭탄이 터진이후 폭풍과 열기가 확산되고 있는듯한 묵직한 분위기라고 재계관계자들은 표현하고 있다.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들과 재벌그룹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더할 수 없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느기업 가릴것없이 일체의 공식논평을 거부하며 입을 꽉 다물고 있는 입장들이다. 현재로선 정부나 현대그룹 양쪽의 눈치를 봐서라도 「함구」가 최상책이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재벌그룹 간부는 『정 회장이 채택한 수단은 국민일반의 감각이나 여론에는 빗나가는 것 같다』며 『대부분 기업들이 현대그룹과 동병상련을 느끼지만 정 회장의 이번 방법에는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측도 정 회장이 너무 강경하게 너와 몹시 당황해하고 있는 눈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해명서 내용이 국민의 비위를 거슬린 것이 사실』이라며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조심스러운 입장.

이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진노했다고 전해지고 있는 마당에 전경련이 앞장서서 회원사들을 규합할 수 있겠느냐』며 이에 동조할 기업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이번 현대 파동이 향후 정부의 대재벌정책 및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는데 있다. 일부 재벌그룹들은 이와관련,벌써 시나리오까지 마련,사태전개의 여러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을 정도.<김주언·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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