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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표의 「6·29선언」/장명수(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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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표의 「6·29선언」/장명수(조망)

입력
199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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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차기대통령 후보가 어떤 방식으로 언제 선출될 것인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차츰 고소로 바뀌어가고 있다. 대통령후보 문제로 민자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은 국민을 지치게 하고 있다.이제 차기대통령 선거는 앞으로 1년,노태우대통령의 임기는 1년3개월을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은 아직 대통령후보 선출방식도,선출시기도 정하지 못한채 옥신각신 하고 있다. 선출방식을 경선으로 할 것인가 사전조정으로 할 것인가,시기를 총선전으로 할 것인가 후로 할 것인가에 대해 각 계파마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그들의 속셈이 파벌이기주의와 권력투쟁에 기울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만장일치로 대통령을 뽑고 만장일치로 대통령후보를 추대하던 전시대의 정치행태에 신물이난 국민들로서는 대통령후보를 향한 여당내의 전에 없던 경쟁분위기를 탓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경쟁양상이 시대정신을 외면한 것이라면 국민은 마땅히 한마디 해야한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방식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유경선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것이 움직일 수 없는 이 시대의 요구이다. 우리 국민은 그 혹독한 철권정치속에서도 대통령직선을 주장하여 87년 「6·29선언」을 쟁취했다. 국민이 억압을 무릅쓰고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한지 5년이 지났는데,아직 정당들은 대통령후보를 경선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이 안된다.

노태우대통령은 전 대통령이 손을 들어주고 전당대회가 만장일치로 추대했던 대통령후보였으나,시대의 요구에 항복하는 「6·29선언」으로 자신을 한번 내던짐으로써 정통성과 도덕성을 획득했다. 「6·29선언」이란 단지 대통령직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는 구습까지도 영원히 물건너갔음을 의미하는 선언이었다.

지금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의 「6·29선언」이다. 대통령후보 문제를 둘러싸고 난마처럼 얽혀드는 민자당의 갈등을 풀고,도덕성과 정통성을 지닌 당당한 대통령후보로 국민앞에 나서기위해 그는 자기자신을 한번 내던지는 새로운 도전을 하지않으면 안된다. 노 대통령에게 후보조정을 졸라댈게 아니라 스스로 시대정신에 맞는 대도를 찾아 후보자리를 쟁취하는게 옳다.

지구당위원장을 당에서 임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당들이 자유경선을 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민정·민주·공화의 합당으로 민자당이 탄생했고,그들의 지분비율이 5대 3대 2로 분명하게 존재하는 현실에서 자유경선을 하라는 것은 김영삼씨에게 후보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민자당의 대의원들이 자기당의 대통령후보로 「야당후보와 맞서 이길수 있는 최선의 재목」을 뽑을 능력이 없다는 발상,그들은 단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자기당의 분별력을 스스로 불신하고,저마다 파벌이기주의와 권력의 아집에 갇혀 허우적대는 안타까운 모습이 오늘 국민의 눈에 비치는 민자당의 모습이다. 민자당은 하루빨리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토론에 의해 후보선출 일정과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계파마다 자기 주장을 한치도 굽히지 않는 평행선을 그은채 대통령의 의중을 탐색하며 조바심치는 한심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지도자를 뽑는 대사를 오리무중으로 끌고가는 민자당의 꿍꿍이속을 국민은 수상한 눈으로 보고있다. 총선결과에 따라 적당한 후보를 내세운후 관권선거로 이기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방법과 일정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민자당은 그 탄생자체에 깔려있는 국민의 의혹을 영원히 씻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는 김영삼씨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김영삼씨를 좋아하고 지지했던 것은 그가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려는 끈질긴 고집과 정직성을 가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신뢰는 그가 국민이 좋아하는 야당하나를 이끌고 여당으로 들어가버렸을때 크게 흔들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대통령이 되는 보다 쉬운길」을 택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지금 김영삼대표는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그의 신념을 지지자들에게 다시 확고하게 심어줘야할 기로에 서있다. 그것은 그에게 위기일 수도 있을 것이며,아마도 마지막 위기가 될 것이다. 그는 노 대통령이 손을 들어주는 후보로 이기려하지 말고,자기 당의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여 이겨야 한다. 그는 1970년 대통령후보에 도전하는 40대기수로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정치개혁자 답게,또 한평생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온 지도자답게,이 시대의 대통령후보를 뽑는길은 자유경선이외의 방법이 없음을 가장 먼저 선언해야 한다.

이달초 세계일보가 한국여론조사연구소에 의뢰하여 8백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를 뽑는 방법으로 58.4%가 찬성한 것은 「자유경선」이고,「당 지도부협상」은 18.1%,「대통령 지명」은 5.5%에 불과했다.

국민은 절실하게 「예측 가능한 정치」 「순리의 정치」를 원하고 있다. 예측과 순리란 누가 어떤 자리에 오르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며,공개적이고 민주적으로 결정된 방법과 일정에 의해 정치가 진행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편집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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