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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치레 현장검증/「총기난동 경관」 싸고돌아(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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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치레 현장검증/「총기난동 경관」 싸고돌아(등대)

입력
199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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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상오 실시된 서울 구로경찰서 김현용순경 총격사건의 현장검증은 일반 강력사건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보통의 경우 피의자들이 현장상황을 재연하고 수사관들이 애매한 부분을 상기시켜 바로잡는 형태로 진행되나 이날은 거꾸로 일일이 수사관들이 행동을 지시,김 순경은 그대로 연기하는 배우같아 보였다. 말하자면 수사과정으로서의 현장검증이 아니라 조서에 적힌 내용을 취재기자 등 「관객」들에게 확인시키는 요식행위처럼 보였다.

초췌한 표정으로 사건현장인 신안미용실에 도착한 김 순경은 38구경 리벌버권총을 꺼내 실탄 4발,공포탄 2발을 장전한 뒤 천장을 향해 2발,달려드는 부인얼굴을 향해 1발,자신의 머리에 대고 공포탄 2발을 쏘는 동작을 주위의 지시를 받아가며 간혹 손을 떨며 재연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까지 현장에서 실탄탄두 2개와 천장에 탄흔 2개만을 찾아냈을 뿐이며 나머지 실탄 한발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 순경의 자수직후 진술도 「실탄 2발을 쏘았다」는 것이었고 현장부근에서도 총성 2발만이 들렸다는데 어떻게 된것이냐』는 질문에 경찰은 『김 순경이나 목격자가 모두 경황이 없어 착각한 것』이라고 간단하게 일축해 버렸다. 경찰은 이어 『김 순경이 자살하려 머리에 대고 총을 쏘았다면 해당부위에 화약흔이나 경미한 화상흔이라고 나타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전경 1백여명에 「현장질서유지」를 지시하고는 서둘러 검증절차를 끝냈다.

김 순경은 지난 9월 구로6 파출소에서 성격과 환경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돼 한달간 총기지급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파출소장이 바뀌면서 재지급받았다.

경찰과 기자들의 실랑이를 지켜보면 한 주민은 『단순한 사건조차 제대로 명쾌하게 설명을 못하니 어떻게 경찰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떴다.<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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