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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재계·현대에 “세 거부” 3각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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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재계·현대에 “세 거부” 3각파도

입력
199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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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불이익감수 오해불식 목표”/현대/“성실납부 거짓”등 조목조목 반박/국세청/“현대측 속셈 모르겠다” 논평유보/재계/“과태료·이자 비슷 현실적 계산”도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세추징 불복선언은 사상 유례없는 재벌기업의 세무당국에 대한 공식도전이라는 점에서 놀라움과 함께 그 배경 및 향후 사태의 추이를 궁금하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현대그룹·정부·재계 등의 입장과 반응을 모아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불복선언에 대해 『국세청 등 정부권력과의 싸움은 이차적인 문제이며 국민들의 오해를 해소하는게 당장의 일차적 목적』이라고 밝혔다.

세금문제에 대한 현대의 기본적인 입장은 정 명예회장이 해명서를 통해 밝힌대로 『주식을 정리함에 있어 정리 당시 세법에 준거하여 정리하였으며 세금을 의도적으로 탈세하면서 기업을 해본 일도 없고 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의도적 탈세가 없었는데도 1천3백61억원의 거액세금을 추징당함으로써 현대의 기업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었으며 이 때문에 손상된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더 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불복선언으로 나가게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입장에서 볼 때 경제적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면 지금이라도 세금을 조용히 내는 게 최선이며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건 가장 커다란 불이익을 선택한 셈이라는 것.

따라서 정 명예회장의 세추징 불복선언은 현대그룹과 정 명예회장 일가의 자존심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해야 한다는게 현대측 입장이다.

○…정부측에서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자회견을 「국가공권력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규정하고 이에 강경대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었다.

과세 당사자인 국세청은 이날 정 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난직후 『적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짤막한 공식논평을 발표했으나 하오에 들어서는 다시 현대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장문의 해명서를 발표했다.

국세청은 이 해명서에서 『정 회장 일가에 대한 주식이동조사는 조세법률주의와 실질과세 원칙에 따른 적법하고 공정한 과세조치』라고 못박았다.

국세청은 현대가 지금까지 2백60억원의 상속·증여세를 성실히 납부했다는 정 회장 주장과 관련,『2백60억원중에는 계열회사 합병전에 해당주식을 부당하게 양도한데 따른 추징세 2백20억원이 포함돼 있고 나머지도 자진 납부가 아닌 국세청 조사결과로 추징된 세금』이라고 밝히고 『세무조사가 없었다면 과연 이들 세금을 성실히 납부했을지 의문이 간다』고 반박했다.

또 국세청은 『이번에 과세대상이 된 이동주식 3백34만4천주중 상호출자 규제에 따라 정리대상이 된 주식은 31.8%인 1백6만1천주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2세들에게 변칙증여한 것』이라며 상호출자 규제에 따른 불가피한 주식이동이라는 현대측 주장을 부정했다.

국세청은 이어 『이번 과세가 법규나 관례를 넘어 현대에게만 무리하게 과세했다』는 정 회장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 89년이후 주식을 통한 일부 대기업의 부당한 자본거래를 중점조사해 왔다』고 반박하면서 『정 회장 일가의 조세회피 형태가 현대그룹에서 처음 나타난 새로운 수법』이라고 밝히고 『때문에 법에 따라 새롭게 과세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이날 납세거부 발표 소식을 전해듣고 한결같이 『예상밖의 결정』이라며 놀라는 표정들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그룹이 일단 추징세금을 낸후 행정·사법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었는데 완전히 의표를 찔렀다』며 정 회장이 왜 이토록 강경하게 맞서는지 의아스럽다는 모습들.

모재벌그룹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일은 드물 것』이라며 현대측의 자세를 아주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현대측의 속셈을 모르겠다』고 갸우뚱.

재벌그룹들은 그러나 정 회장의 납세 불복자세에 대한 찬반,옳고 그름 등의 공식논평은 일체 회피.

한 재벌그룹 간부는 『정부편을 들수도 없고 그렇다고 현대측을 내놓고 응원할 수도 없는게 기업입장』이라며 『현재로선 입다물고 사태진전을 지켜보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설명.

유창순회장까지 현대그룹을 거들고 나섰던 전경련측은 이날 정 회장 발표가 있은후 임원회의를 갖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역시 공식논평은 회피.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유 회장의 지난번 부산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경련입장은 거의 개진된 만큼 더 이상의 입장표명은 현재로서는 필요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벌그룹 등 재계는 이처럼 외견상 「함구」를 하고 있으나 향후 상황전개에 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이번 현대사건이 단순히 현대그룹만의 일로 여겨지지 않기때문. 현대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는 정부정책의 대선회라는 측면이 다분히 있다는 것을 대부분 재벌그룹들은 인정하면서 현대그룹의 초강경자세가 앞으로 정부의 대재벌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현대가 제때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와 외부에서 자금을 빌릴 때의 이자가 비슷한 금액임을 들어 정 명예회장의 불복선언에는 현실적인 계산도 감안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

현대가 은행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세금납부 재원마련이 곤란한 만큼 거액을 단기간에 조달하기 위해서는 사채나 단자사의 급전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경우 금리가 연 20∼24%에 달해 세금미납에 따른 과태료한도 25%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특히 법정소송이 1년 이상 끌게되면 결국 세금추징이 확정된다해도 빚을 얻어 미리 세금을 내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계산이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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