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방법싸고 벼랑끝 대치/칼날 감춘채 「대통령 뜻」 촉각/권력배분 해결땐 대타협 가능성도난마처럼 얽혀드는 민자당의 차기대권 후보문제는 어떻게 풀릴 수 있을까. 정치일정 논의중단 시효가 1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해제시점을 겨냥한 각 세력의 움직임이 준주하다. 민자당 후보문제는 장기정국 풍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뿐 아니라 각 계파의 사활적 이해가 담겨있어 엄청난 폭발성이 잠재돼있다. 때문에 정가에서는 이미 갖가지 경우의 다양한 가상시나리오가 설왕설래되고 있고 정국풍향에 따라 여러가상들의 부심이 무상하다.
▷시기◁
후보문제에 관한 여권내 갈등은 우선 후보선출 시기를 둘러싸고 각 정파가 상반된 이해계산아래 접근방법을 달리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2년마다 정기 전당대회를 열게돼 있는 당헌에 따르면 내년 5월9일에 전당대회를 소집,후보를 결정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점이 14대 총선뒤라는데 있다.
현재 지분비율상 민정·민주·공화계가 5대 3대 2의 불안정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민자당의 당내 역학구조가 총선결과에 따라 급격히 변화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바로 후보 결성권이 크고 이는 곧바로 후보 결성권을 쥐고있는 전당대회 방향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대권이 먼저 결정되고 새정부 아래서 총선이 치러지던 과거의 정치일정과 달리 총선이 대선보다 앞서는 까닭에 총선 결과가 대권구조와 직결된다는게 각 계파의 공통인식이다.
이와함께 시기문제와 관련된 또하나의 변수는 이른바 집권말기의 레임덕(통치권누수) 현상. 내년 3∼4월께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총선이 끝나면 현직 대통령은 임기를 10개월도 채 못남기게 돼 여권에 대한 장악력을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따라서 여권핵심부가 공천문제와 함께 후보결정시기를 신중히 저울질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가 된다.
김영삼대표를 정점으로한 민주계가 공천전 또는 총선전에 반드시 후보를 결정해야한다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않는 것은 이같은 저간의 사정을 배경에 깔고 있다.
다시말해 김 대표의 자질과 효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대안」을 부단히 모색해온 반 김세력들이 엄존하는 이상 지분에서 열세이고 대통령의 지지력도 확실할 수 없는 총선후 상황을 앉아서 기다리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계는 나아가 세계파의 이해를 조정하기 위해선 후보문제와 공천문제가 일괄타결돼야 한다면서 공천전 후보결정을 최선의 카드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민정·공화계 등 반 김세력들은 민주계의 주장이 당헌과 관례를 무시,오직 김 대표의 대권 드라이브에 초점을 맞춘것이어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특히 총선후엔 김대표 대세론이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자연스레 대안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복선도 깔고 있다.
▷결정방식◁
계파간에 극명하게 대립돼있기는 마찬가지안 후보결정 방식도 결정시기 문제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우선 당총재인 노태우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당헌과 관계법에 의거,민주적 절차에 따라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외엔 뚜렷히 드러난게 없다는데 있다. 때문에 각 계파는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각각의 입지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민주계는 집권당의 생리상 당수뇌부의 사전조정을 전제로한 형식적 지명전당대회를,민정·공화계는 당운영 민주화를 명분으로 실질적인 자유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이 계파간 첨예한 긴장이 계속돼오는 가운데 최근 김윤환총장은 『정기국회 폐회후 대통령과 최고위원들간에 이 문제에 대한 협의가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대통령의 결심과 판단에 당전체가 따라야할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적지않은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김 총장은 『총선전에 어떤 형태로든 후보를 가시화해야한다는 뜻보다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꾸려가기 위해선 후보문제로 인한 계파갈등으로 당이 깨지는 것은 절대로 막아야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계는 김 총장 발언의 의미가 비록 총선전 임시전당대회를 통한 후보선출은 아니라 하더라도 사전조정에 의한 총선전 후보 가시화 대목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라고 보고있다.
반면 민정·공화계는 청와대의 의중을 다각도로 탐색하며 사전 조정에 의한 후보문제의 해결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 설령 후보가시화라 해도 사실상 김 대표로의 후보결정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는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과 다를뿐 아니라 레임덕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 진영은 『전당대회가 아닌 편법적 후보가시화는 효력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법적 구속력과 정치적 기속력을 보장하는 후보결정만이 유일한 정답』이라는 입장을 누그러 뜨리지 않고 있다.
▷전제조건◁
후보구도방식은 일견 결정방식과 시기 등에 대한 해법찾기라는 단순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 방정식을 보다 찬찬히 뜯어 보면 ▲공천 ▲총선 ▲레임덕 ▲정권교체 ▲노 대통령 퇴임후 사후보장 문제 등 5대 과제에 대한 각 계파의 복잡한 저울질이 곳곳에 엉켜있다.
때문에 어느 일방의 이해만 부각시키는 방식으로는 해법도출이 불가능하다. 5대 과제를 그런대로 상호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이 먼저 마련돼야 문제에 대한 본질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우선 후보 결정방식에 있어 사전조정 방안이 채택될 경우 권력의 배분문제에 대한 계파간 합의가 필요하다. 민주계측은 이와관련,후보조기 가시화의 반대급부로 공천권의 양보 또는 대선후 국무총리 등 내각지분의 타계파 대폭할양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제 아내에서는 이같은 권력배분이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게 반 김세력의 시각.
다만 최근 김종필 최고위원이 언급하고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이 평소 주장해온 부통령제 도입 등 권력구조의 개편이 전제될 경우 「대타협」의 가능성은 다소 있다고 볼수있다.
하지만 이 또한 민정·공화계가 반YS의 입장에서 대안이 없다는 내부사정때문에 주장하는 측면이 강하고 개헌의 현실적 가능성도 희박해 도상연습에 그칠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사전조정이 김 대표를 배제한채 민정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을 상정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김 대표는 2∼3갈래의 「독자행동」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당의 치명적 균열이 불가피해 쉽게 선택키 어려운 카드임에 틀림없다.
또 하나의 경우는 경선. 하지만 경선은 그 시기가 총선전이냐,후냐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지고 과연 지금과 같은 여권풍토에서 실질적인 완전경선이 가능하느냐의 문제도 심각히 제기된다.
특히 자유경선론자들은 대통령의 완전중립을 주장하고 있으나 퇴임후문제 등과 관련해 현직대통령이 일절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상황은 상상키 어렵다.
민주계는 총선전 후보결정을 절대명제로 내세우며 『사전조정이 안되면 자유경선에도 응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선이전에 기회균 등을 보장하는 각계파의 지분구조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마치 「미로게임」같은 양상이다.
▷전망◁
후보구도 방정식풀이에서 상수에 가까운 최대변수는 역시 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핵심부의 의중이다. 현재의 후보갈등은 김 대표 등 민주계와 민정·공화계의 대립국면으로 표현돼있으나 여권의 생리상 이는 곧바로 노 대통령과 김 대표의 긴장관계로 압축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여권핵심부의 최우선 판단기준은 김윤환총장의 말처럼 남은 임기의 안정적 운영이 될것이다. 또 대통령 퇴임후의 사후보장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민자당 외에 다양한 거대여권조직을 이끌고 있는 노 대통령은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줄때 예상되는 여권내부의 반발 및 이완강도와 김 대표가 궤도를 이탈할때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을 면밀히 저울질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여권핵심부가 어떤 결정을 내렸다는 흔적을 찾긴 어렵다. 다만 가능한 모든 경우를 상정,결과와 영향을 놓고 다각도의 분석과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김 대표 진영은 물론 반 김세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여권핵심부의 의중이 후보구도 결정에 최대 변수이나 이 또한 각 계파의 대응이라는 외부여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여권이 3당 합당으로 재출범해 구심점이 약하고 권위주의 통치의 종말로 대통령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각 계파의 이합집산과 대응양상에 따라 여권핵심부 결정이 영향을 받을수도 있다.
또 후보결정 시기와 별개로 14대 총선의 결과도 후보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병으로 봐야할 것 같다. 특히 경우에 따라 내각제 등 권력구조의 변화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게 여권 일부의 시각이기도 하다.<이유식·정광철기자>이유식·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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