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승용차 없는 서울과 수도권 서민들의 중요 출퇴근 수단인 지하철·전철타기가 갈수록 힘들고 겁난다.러시아워에 버스를 탔다가는 영락없이 지각하는 서민들은 푸시맨에게 떼밀려 미어터지는 전동차에 짐짝처럼 몸을 실으면서도 『여하튼 타기만하면 제시간에 안전하게 도착하겠지』하는 위안으로 눈을 질끈 감고 참아내고 있다.
일단 콩나물 시루에 끼어들면 대개 고행중인 수도승처럼 눈을 감은채 어린 학생이나 처녀들의 비명을 흘려듣다가 도착지에 내려서면서 『그래도 지하철이 제일이야』하는 믿음을 가져왔다.
가끔은 조금 넉넉한 10량 열차를 타는 횡재를 기대하는 재미도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1·2·4호선에서 6량 열차를 사아사이 3분간격으로 20편내외씩 운행하는 10량열차를 운좋게 타게 되는 날은 기분까지 유쾌하다.
그러나 신호대기가 늘어나고 엄청난 숭객때문에 각 역의 정차시간이 길어지면서 10량열차의 도착시간이 종잡기 어려워지고 다들 10량열차를 노리게 되자 전동차 대기선에서는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6량열차 대기선에서 기다리다가 더 앞쪽으로 나가 정차하는 10량열차의 제일 한적한 앞쪽 4량에 타기위해 달리기를 하거나 아예 앞쪽으로 나가 기다리다 10량열차가 연착하는 바람에 6량열차도 못타는 불운도 생겨난다.
왔다 갔다 하며 눈치를 보는 사람들 때문에 줄서기도 흐트러지고 누구나 아침마다 『오늘은 10량에 걸까 6량에 걸까』하는 「출근도박」을 경험한다.
한증막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는 계절이 돌아와 그나마 지하철타기가 수월해졌다고 생각하는 판에 잇달아 선로파손 추돌 등 사고가 터져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고 있다.
지하철 승객들의 출퇴근 도박은 이제 안전과 생명을 건 도박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 도박은,승객은 무조건 걸기만하고 철도청과 지하철공사만이 패를 까볼 수 있는 불공평하고 위험한 것이다.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맡아 싣는 사람들은 사소한 부주의도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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