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상오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연세대 본관앞 뜨락에는 때아닌 야외강의실이 마련됐다.1백여m 이상 떨어진 법대건물에서 학생들 40여명이 저마다 책걸상을 챙겨들고 와 본관앞 입구 뜰에 나란히 정돈시켜 놓았다. 대충 야외교실 모습을 꾸민 학생들은 「법대 교수님은 법대가 뽑는다」 「총장은 간섭마라」는 플래카드를 내건뒤 자리에 앉아 전공서적과 노트를 책상위에 펼쳐놓았다. 「야외자습 형태의 침묵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쌀쌀한 날씨에도 이들은 전혀 개의치않고 야외자습을 묵묵히 계속했다.
법대생들이 전혀 새로운 시위형태를 개발(?)하게 된것은 지난 12일부터의 투쟁이 학교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판단때문. 학생들은 법대교수 임용절차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이의 시정을 요구하며 12일 총장실안 소회의장을 점거한데 이어 14일부터는 법대 학장실에서 단식농성을 해왔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난해말 법대교수 2명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총장이 법대 교수들과의 의견수렴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대상자를 지명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이미 채용돼 강의를 진행중인 교수는 어쩔 수 없으나 내년에 채용키로 결정된 B모씨에 대해서는 법대측과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오들어 구경하는 학생들이 많아지자 법대생들은 조용히 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유인물을 나누어주며 『총장의 입김으로 지명,임용되는 교수님을 어떻게 맹목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가』라고 이해를 구했다.
학교직원들이 나와 『교수임용문제는 학생이 간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더이상 학교명예를 실추시키지 말고 해산하라』고 종용하다 완강한 침묵에 고개를 흔들고 들어가 버렸다.
기발한 시위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어느정도 교내외에 납득시켰다고 판단한 학생들은 예정된 하오4시가 되자 다시 책걸상을 챙겨들고 주변을 정리한뒤 총총히 법대 건물로 돌아갔다.<김병주기자>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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