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통제인권양국 무역마찰 팽팽한 대립/방중비판 많아 빈손 귀국땐 부시까지 곤경【워싱턴=정일화특파원】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지난 8일 유럽·아시아순방 외교를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문제를 거론했었다.
몇몇 미국기자들은 이 자리에서 『왜 중국을 방문하는가. 아직 중국은 89년 천안문 학살사건을 해명하지 않고있고 핵기술을 이란에 수출하고 있다. 이런 중국을 미 국무장관이 방문하여 그 지도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스티븐 솔라즈 하원의원 같은 중국 비판론자들은 베이커의 중국방문을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베이커는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가 중국에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국무장관이 문제를 보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국민세금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베이커는 적어도 3가지 문제를 갖고 중국에 들어갔다.
첫째는 무기통제 문제,둘째는 인권,그리고 셋째는 미·중국간의 무역마찰 문제이다.
여기에 최근 급격히 국제정치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계획과 관련된 미·중국간의 협의사항이 추가됐다.
그러나 북한 핵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자신이 이미 우려를 표명한 바 있고 한국과 미국이 가장 시급한 안보문제의 하나로 손꼽고 있기때문에 미·중국간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는 상당한 협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기통제부문은 몇가지 구체적인 항목이 걸려있다. 중국이 핵무기 확산금지협정(NPT)에 서명하고 중동국가에 대해 핵개발기술 및 무기수출을 금지하며 미사일기술통제 체제(MTCR)에 가입하는 것 등이다.
중동국가에 대한 핵기술 및 무기술출통제 문제는 최근 중국이 이란에 실험용 원자로를 판사실이 알려져 더욱 미국조야을 떠들썩하게 했다.
중국은 이란에 실험용 원자로 기술을 수출했는데 이에대해 중국측은 『순수한 상업연구용』이라고 해명한 반면 미국은 『그런 수준이면 충분히 무기제조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맞서 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시리아와도 미사일 판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측은 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권고한다.
인권문제는 89년 천안문 학살사건이 가장 큰 내용. 현 중국체제는 자유민주주의 방향의 큰 흐름을 이룬 천안문 시위대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자유민주체제 대신 보수사회주의로 되돌아가게 했던 것이다.
89년 사태이후 정치범으로 체포돼 현재 감옥에 갇혀있는 사람만 약 8백명쯤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인권주의자들은 미·중국관계 정상화가 이룩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들 정치범은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커 국무장관은 2박3일간의 짧은 중국방문 동안 지난 2∼3년간 집중적으로 논의돼온 복잡한 이슈들을 모두 만족한 수준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스티븐 솔라즈의원이 경고한 것 처럼 세가지 주요문제중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그 화도 아마 부시행정부에까지 미칠지 모른다. 베이커 장관은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입장이어서 북경정부가 외국 귀빈에게 베푸는 호화판 리셉션까지 거절하기로 하고 있다.
지난 89년 천안문 사태직후 중국을 방문하게 됐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과 로렌스 이글버거 국무차관이 지난 73년의 닉슨 방문때 널리 서구에 소개된 호화판 중국 리셉션을 받았다가 귀국후 여론의 지탄을 받은 바 있었다.
베이커 자신의 말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것 보다는 중국에 직접 가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정도의 성과만 갖고 돌아올지,아니면 중국 비판론자들이 『빈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고 말할 정도의 성과를 가지고 돌아올지 두고 볼 일이다.
미국 사람들은 『중국사람들이 약속은 잘하나 실행은 잘하지 않는다』는 말을 흔히 한다. 만일 베이커가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보장책까지 보장받고 돌아와야만 안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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