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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해외망명끝 귀국 시아누크공(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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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해외망명끝 귀국 시아누크공(뉴스메이커)

입력
199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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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익 초월 국민추앙… 과도기대통령 중책/시장경제·다당제 도입등 캄 평화정착 다짐【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비운의 캄보디아 민족지도자 노로돔 시아누크공(69)이 권좌에서 물러난지 21년만에,해외유랑길에 오른지 13년만인 14일 꿈에 그리던 조국땅을 밟았다.

그의 역사적 귀국은 20여년간 계속돼온 캄보디아 유혈내전의 종식과 평화를,넓게는 동서냉전의 종식이란 세계적 조류에 따른 「분쟁의 땅」 인도차이나 반도에서의 분쟁시대 마감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시아누크공은 지난 70년 론 놀장군이 주도한 우익쿠데타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 났었다. 그후 75년 4월 악명 높은 공산계열의 크메르 루주가 미국이 지원하던 론 놀 정권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은 직후부터 가족과 함께 3년여 동안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가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크메르 루주를 축출하고 현 프놈펜정권을 세운 직후인 지난 79년 1월 중국으로 쫓겨난 후 파리 북경 평양 등 세계각지를 떠도는 비참한 망명생활을 해야했다.

그는 망명생활 동안에도 끈질기게 조국의 대립세력간의 화해와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한 끝에 지난달 23일 파리에서 유엔중재하에 4대 대립정파간에 합의한 캄보디아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는데 지도적인 역할을 했고 이제 4대 정파로 구성된 최고민족의회(SNC) 의장으로서 곧 대통령직을 수행,총선실시전까지 과도기간을 통치키 위해 프놈펜 현정권의 훈 센 총리의 호위를 받으며 귀국한 것이다.

동서냉전 이데올로기 대립과 외세개입으로 오랜 내전과 정변에 시달려온 캄보디아 국민들간에 시아누크공은 좌우익을 초월한 민족지도자로서 널리 추앙받고 있다.

그는 귀국성명을 통해 『비록 늙은 몸이지만 아직 건강해 다당제에 의한 민주화 실현과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마지막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비록 권력에 영광스럽게 복귀했지만 각 정파의 갈등과 이해를 조화시켜야 하는 힘겨운 「곡예사」의 역할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처지다.

프놈펜 현정권은 최근 공산당체제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바꾸는 등 평화협정 실행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아직 권력의 상당부분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상태에 있다. 이밖에도 베트남 침공으로 쫓겨나 중국의 지원을 받아온 크메르 루주와 손 산 전총리가 이끄는 비공산계열의 크메르 인민민족해방전선(KPNLF) 등 다른 정파도 앞으로 있을 새 정부구성에서 보다 많은 지분확보를 위해 이해싸움을 벌이고 있어 이를 조정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캄보디아 분쟁의 조정역할을 위임받은 유엔의 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UNTAC)와 각 정파간의 마찰가능성도 엿보인다. 평화협정에 따라 유엔평화유지군 5천∼1만명이 곧 캄보디아에 진주하게 된다. 이들은 우선 현재 각 정파에 소속된 약 25만명에 이르는 무장세력의 70%를 무장해제시켜 각 세력간의 물리적 충돌을 저지시킴으로써 총선실시를 위한 환경조성의 역할을 맡게된다.

각 정파간 총선시기를 놓고 이해가 엇갈리고 있으나 오는 93년 중반께나 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게릴라의 속성상 각 세력의 무장해제가 그렇게 쉽게 이뤄지리라고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 선거유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상호비방과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협정상으로는 지난 75∼78년까지 집권당시 적어도 1백만명 이상을 학살한 잔학상을 저지른 크메르 루주도 총선에 참가하는 한 정파로 인정되고 있다. 현재 모든 정파는 크메르 루주의 존재와 정통성을 철저히 부정하고 있지만 크메르 루주 자신들은 캄보디아­태국 국경지대에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고있어 이들 세력간 언제 무력충돌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더욱이 총선을 실시한다고 해도 4대 세력중 어느 한 정파도 우위적 힘을 장악하기 어려운 현실은 캄보디아의 앞날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민의 환호속에 귀국한 시아누크공이 비운을 딛고 일어나 과연 이러한 불확실성과 난관을 극복하고 캄보디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는지가 세계적인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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