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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논쟁의 시대적 결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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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논쟁의 시대적 결말(사설)

입력
199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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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 전 의원의 국시논쟁사건이 싱겁게 끝났다. 5년만에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공소기각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유 의원 사건은 5공말기 권위주의정권이 야당과 국회를 탄압하려 기도했던 상징적 사건의 하나였다. 그 때문에 당시 정치권에 몰아쳤던 사건의 파동이 대단했고 행정부의 국회경시로 삼권분립 마저 위기속에 몰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 「대사건」이 이제 공소기각으로 가볍게 끝을 맺었으니 어찌보면 너무 싱겁고 허탈해지기도 하는 것이다.하지만 그럴수록 이 사건의 결말을 보는 국민의 심중에는 여러가지 짙은 감회와 자각도 깔려있다 하겠다.

그런 감회중의 하나가 지난시절 우리가 사로잡혀 있었던 이데올로기의 광풍에 대한 것이다.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는 지금와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유 의원의 발언논리조차 수용할 수 없었을 정도로 우리는 당시 좁은 우물속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 발언도 예사것이 아니었다. 면책특권마저 부여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행한 것이었기에 오히려 부끄러움도 남는다. 반공우선의 정권안보논리에 밀리고 국회를 경시하려는 권위주의 정부의 독단마저 아무도 저지못했던 탓이다. 86년 11월 당시 국회는 다수 여당의 주도로 야당소속인 유 의원의 구속을 쉽사리 동의해줬었고,다음해 열린 첫 공판에서 재판부도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의 유죄를 선고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그처럼 초첨이 됐던 국시논쟁에 대해서는 실정법 위반여부를 심리할 필요도 없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는 것만으로 공소자체를 기각해 버렸으니 달라도 너무나 달라졌다 하겠다.

물론 이같은 변화는 민주정권이 서고 공산주의가 몰락하는 등 민주화·개방화·탈이데올로기시대에 우리가 서 있고,1심에서 적용됐던 국가보안법마저 일부 수정될 정도로 세상이 달라진 탓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소심 결심재판이 첫 재판이 열린지 4년4개월이나 시간을 끌다 열린 것이라든지,86년 당시 유 의원의 구속동의를 앞장서 주도했던 의원들의 상당수가 지금도 의사당에 현역으로 남아있음도 알고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런면에서 보면 유 의원 사건은 국회·법원·검찰 모두에게 어두웠던 과거를 새삼 들추는 괴로운 사건이기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구체적으로 확대해석하고 보도편의를 위한 사전 원고배포의 정당성을 인정함으로써 과거청산 및 삼권분립정신 확립의 정치적 의미를 남겼다. 개인적으로는 유 의원이 오랫동안 져온 한 시대의 무거운 짐을 벗겨주는 것이 될것이고,우리 모두에게는 반성과 시대정신 자각의 계기가 될만하다고 생각된다. 검찰이 상고한다지만 이번 판결이 뒤집혀지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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