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곡예소녀 심주희양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한동안 지냈듯 요즘 서울 종암경찰서에서도 오갈데없는 10살짜리 소녀가 형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임민희양(길음국교 5)이 이곳에 오게된 것은 지난 10일.
고물행상인 아버지 임석귀씨(63)와 단둘이서 도봉구 미아6동의 달동네 단칸셋방에서 살던 민희양은 지난 7일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숨지는 바람에 고아가 돼버렸다.
주민들의 도움으로 9일 장례는 치러졌으나 사망처리를 맡았던 종암서 형사들은 갈곳이 없어 내내 영안실 주변을 맴도는 민희양을 딱하게 여겨 10일 경찰서로 데려왔다.
민희양은 처음에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말도 잘하지 않았으나 형사들의 정성스런 보살핌에 곧 본래의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대부분의 경찰서가 그렇듯 격무와 범죄피의자들과의 실랑이로 늘 짜증스럽던 형사계 사무실의 분위기는 민희양이 들어온 뒤 한결 밝아졌다.
일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외롭게 자란 민희양은 수많은 아저씨,아줌마들의 보살핌에 안정을 되찾았다.
소년계에 마련된 간이침대 잠자리에서 아침7시면 일어나 현관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일일이 맞이하고는 구내식당에서 싸준 도시락을 가방에 챙겨 넣고 정문 의경들로부터 『공부잘하라』는 격려를 받으며 학교에 간다.
하오가 되면 경찰서는 민희양의 집이나 다름없다. 이동섭서장실서부터 각 사무실을 쏘다니며 『아저씨,이 사람 너무 혼내지 마세요』 『언니,풀빵 사주세요』라며 재잘거린다.
저녁에는 엄마처럼 따르는 소년계 박길자경사(35·여)와 함께 숙제도 하고 예습도 한다.
전남 화순이 고향이며 한살때 상경했다는 것만 알뿐 엄마가 누군지도 모르는 민희양을 종암서에서는 생활능력이 없는 친척들에게 맡기기 보다는 이들에게 친권포기각서를 받아낸 뒤 이 서장을 후견인으로 해서 훌륭하게 키워줄만한 양부모를 알선해줄 예정이다.<이희정기자>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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