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질 개선유도… 일대 정책전환 평가/“고물가등 현실무시한 낙관론” 실효 의문12일 정부가 확정한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은 국민 1인당 소득 1만달러 시대 진입이란 「장미빛」 청사진 제시와 함께 대기업 우선의 불균형 성장전략에 대폭적인 방향선회를 예고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띤것으로 평가된다.
이중 국민소득을 비롯한 각종 총량지표 목표는 경제계획의 기본성격상 불가피하게 제시되는 전망치 정도의 의미를 띠고있다고 봐서 무리가 없다. 경제기획원은 과거 60년대 개발초기와 달리 5개년 계획의 강제성이 크게 퇴색돼 있음을 인정,어디까지나 기업·가계 등 민간경제 주체들에게 장래의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유도계획」 차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기업 경영혁신과 전문독립 경영체제 확립,소유분산 등을 축으로 하는 기업경영의 경쟁력강화 과제는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여건이나 발전단계상 중요한 정책발상의 전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이번 계획이 제시한 국민소득 등 각종 총량전망치는 다소 지나치게 의욕적인 면이 없지 않다. 현재 우리 경제는 1백억달러에 달하는 국제수지적자,두자리수에 육박하는 고물가,기술과 가격경쟁력 한계에 부딪친 구조적 수출부진,의욕상실 기미가 역력한 근로자와 기업주 등 어느 요인을 보다 이같은 낙관적 전망치를 무난히 달성해 낼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형편에 96년 1인당 소득 1만달러의 벽을 넘어 금세기안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후진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국가가 될수있다는 비전제시는 분명 고무적인 목표다.
그렇지만 현재의 경기침체 조짐에 비춰 당장 계획초년인 내년부터 연평균 7.5%의 실질성장 유지가 불투명하게 여겨진다.
또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96년께 세계평균(5%) 이하로 잡겠다는 의욕도 내년 4대 선거 경제불안 요인을 감안할 때 낙관을 어렵게 하고 있다.
더욱이 수출신장률을 연평균 12∼14%씩 잡아 96년 수출목표를 올해(7백10억달러) 보다 갑절가량 늘어난 1천3백억∼1천4백억달러로 추산했으며 국제수지흑자도 50억∼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비록 물가승상이나 환율 변동을 고려한 경상가격 기준이라해도 불과 5년새 국민소득과 수출을 일거에 두배씩 늘리겠다는 의욕을 담고 있다.
이것이 우리 국민 누구나가 바라는 「선진조국」의 모습임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마찬가지로 급변하는 대내외 여건속에서 비상한 각오와 분발,고통의 분담없이 오르기 힘든 고지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기본목표에서부터 「경영혁신」을 제시,경제개발전략 자체의 일대 방향전환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개발연대 초기부터 가용재원을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소위 불균형 성장전략을 채택해 왔다.
「재벌공화국」으로까지 비판받게한 불균형 성장정책은 적어도 권위주의 정치체제하에 성장속도를 높이는 기능을 해왔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세계 10대 교역국이 될만큼 양적 팽창을 거듭해 왔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국제적으로 내세울 고유상품 하나 키우지 못한채 문어발식 경영다각화만 일삼아 왔다.
그 결과 부동산투기 재테크와 부의 탈법적인 세습 등 일련의 부작용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중앙 집중식 그룹경영방식 자체가 명백하게 산업경쟁력 향상에 역행하게 됐다는 것이 정책당국의 시각이다.
국가의 뿌리를 흔드는 부동산투기 광란의 주역이면서 토초세 등 투기억제의 「칼」을 내밀자 상업용 건물을 마구 지어 건설경기 과열에 한몫한 장본인이 대기업이었다.
업종전문화를 목표로 여신관리제도를 개편했지만 자금력이 허약한 계열사를 내세워 정책의도를 외면하는가하면 증시활황을 틈타 무차별적 「물타기」 증자로 거액을 챙긴 뒤 당연히 물어야 할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정부는 이제 개방체제를 맞아 이같은 「골목대장」식 행태가 더이상 유지될수 없을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근로의욕 감퇴와 건실한 중소기업의 자포자기를 막기 위해서도 대기업 경영혁신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기획원 관계자는 『이번 기업체질 개선방안은 중장기계획의 일환으로 제시된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밝혀 조만간 보다 실질적인 후속조치가 따를 것임을 암시했다.
이번 계획에서 정부는 향후 인력·기술개발,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기업환경 개선에만 주력하고 경쟁력 향상은 기업 스스로가 경영혁신을 통해 이룩하도록 명백히 「역할분담」의 선을 긋고있다고 볼수 있다.
정부와 민간학계 일각에서는 최근 5개년 계획 수립시기와 대통령임기 사이의 시간적 격차를 들어 「계획 무용론」을 내세우기도 한다. 또 이번 7차 계획중 상당부분은 내년말 새 정권출범후 수정될 운명에 놓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선진경제진입 과정에서 기업경영혁신이 꼭 필요한 「홍역」과 같다면 예상되는 제계 반발이나 과도기 정치권의 막후 흥정과 무관하게 새 정권에서도 정책 의지로 계승돼야 한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바람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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