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계 사무실에서 12일 상습 여자절도범과 남편의 애틋한 순애보가 종일 화제가 됐다.어두운 과거를 딛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행복한 삶을 찾았던 강모씨(22·여·대구 북구 산격동)는 순간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경찰서 유치장 안에서 끝없는 회한의 눈물을 쏟았다.
7세때 어머니를 잃고 계모 밑에서 자란 강씨는 끝내 집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출했다.
불량소녀와 어울려 별생각없이 남의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쳐내 잠자리와 유흥비를 해결했던 강씨는 세번째 실형을 선고받은 88년에 이미 전과 7범의 상습범죄자가 돼있었다.
강씨는 그해 3월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충남 천안교도소에 복역할때 지금의 남편 정모씨(25)를 만났다.
당시 C대 법학과를 다니다 입대,이곳에 경비교도 대원으로 차출근무중이던 정씨는 앳되고 청순해 보이는 미모의 강씨를 연모하게 됐다.
수형자와 접촉을 금하는 규칙때문에 말한마디 붙여볼 수 없었던 정씨는 애절한 눈길과 영치금,사식으로 사랑을 전달할 수 밖에 없었다. 정씨는 복학한뒤 90년 3월 강씨의 출소일을 기다려 교도소 앞에서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펄쩍 뛰며 반대했던 강씨는 결국 이틀동안의 설득에 무너져 성당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대전 시댁에서 생활하던 강씨는 우연히 과거를 알게된 시부모의 분노로 남편과 함께 집을 나와 아무 연고가 없는 대구에 셋방을 얻었다.
남편 정씨는 막노동을 하다 최근 중고생의 가정교사 자리를 얻어 안정된 수입원을 마련했고 두달전엔 사내아이도 태어났다. 정씨가 취직을 하지않은 이유는 혹시라도 집을 떠나있을동안 아내의 도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하는 우려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9일 친척 집들이때문에 상경,10일 아내가 아기옷을 사러 백화점에 가도록 한것이 화근이 됐다. 강씨는 중구 소공동 롯데쇼핑 매장에서 두차례 소매치기를 하다 현장서 붙들려 11일 남대문 경찰서에 구속했다.
싸늘한 유치장 안에서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던 강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 핸드백에 손이 나갔다』며 『남편의 사랑을 배신한 스스로가 죽이고 싶도록 밉다』고 울먹였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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