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자유화 제1단계 조치가 금명간 실시된다. 예고된 계획과 일정이지마는 막상 출발이 임박하자 불만과 우려가 짙다.금리가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주체에 주는 영향이 엄청난데다가 지난 88년말 처음으로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도 얼마든지 차질이 있을 수 있다. 재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심약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금리자유화의 여건이 성숙돼 있느냐는 것이다. 금리자유화의 제1 요건은 자금의 수요과 공급이 적정수준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정수준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을 의미한다. 돈을 빌려쓰는 기업이 적정이윤을 낼 수 있는 금리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자금의 수요가 만성적으로 공급을 초과해온 것이 특징이다. 관치금융에 따라 이자율이 사금융에 비해 월등히 낮은 이유도 있겠으나 은행돈은 돈쓸 기업,가계가 항상 기다리고 있고 한번 빌려간 돈은 계속 쓰려는 경향이 있다. 금리를 능가하는 수익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아파트,대지,택지 등 부동산이 3∼4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투기파동 때마다 배이상,경우에 따라서 수배씩 폭등하는 고도성장 경제에서는 돈의 가수요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또한 기업측으로서도 중단할 수 없는 투자에 따라 자금이 대체로 늘상 부족하게 돼 있다.
정부로서도 현재 극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도로,항만,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대 등 돈 쓸곳이 많다. 경제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급성장함에 따라 재정도 급팽창하지 않을 수 없고 이것이 금융시장에서 가계와 기업과 함께 돈 빌려쓰기 경쟁을 하는 「밀어내기」(Crowding Out) 현상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는 어찌된 셈인지 장기주택신용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이러한 신용이 도입된다면 자금수요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자금의 초과수요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어진 여건이나 다름없다. 자금의 수급균형만을 위해 이자율을 무작정 올리기만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자금수요의 감축을 기다린다는 것은 백년하청이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보아서 우리나라의 국제수지가 악화,자금공급사정이 악화되는 여건에서 금리자유화를 실시한다는 것이 불안하다.
또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있는 기업의 금융부담을 크게 가중시킬지 모른다는 점도 우려된다. 재무부와 한은은 현행 실세금리(실제로 지불하는 금리)가 높아 표면금리가 실세금리에 접근하는 것이므로 추가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는 것이다. 관계당국은 금리자유화 1단계에 따라 관련금리가 대체로 2%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유화 1단계 대상금리는 지난 8월에 발표했던대로 은행당좌대월(일시대,타입대 포함),산업어음 할인금리,기업어음 및 무역어음 할인금리,연체대출금리 등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를들면 당좌대월금리는 현행 10.0∼12.5%에서 12.0∼14.5%,무역어음 할인금리는 12.0%에서 13.5%,연체금리는 19%에서 21%로 인상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각 은행들은 얼마나 올릴지 눈치작전을 펴고있는데 한은의 사실상 권장지침선 2%를 넘어서기는 어려울것 같다. 그러나 재계를 대변하는 전경련 대표단은 1단계 자유화로 대출금리가 2∼5% 인상될 것으로 전망,기업수익률의 큰 하락을 우려했다. 한편 수신금리는 91일 이상 CD(양도성 정기예금),91일 이상 거액기업어음,60일 이상 무역어음 및 상업어음 매출금리,91일 이상 거액RP(환매조건부채권),만기 2년 이상 회사채,3년 이상 수신금리 등이다. 개봉만을 남겨놓은 금리자유화는 금융자율화 등 금융의 제도혁신을 위한 불가결한 조처다. 일부의 지적처럼 단순한 금리상승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금융자율화를 향한 실질적인 조처들이 뒤따라야 할것이다. 무슨일이 있더라도 88년 실패가 재연돼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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