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에 이루어진 독일통일은 우리에게 감동적인 충격이요,동시에 교훈이기도 했다. 우리는 통일이라는 비원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하는 교훈을 이 역사적인 선례에서 찾으려고 노력했고,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분단 한반도의 통일에는 동·서독의 재통합과는 다른 점이 공통점보다 더 많다는 현실도 외면할 수는 없다. 베이커 미국무장관이 제의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소위 「2+4회담」 만 해도 그렇다.베이커 미국무장관의 「2+4회담」 구상은 분명히 동·서독통일을 승인하고 보장했던 「2+4회담」을 한반도에 연장·적용한 것으로 볼수 있다. 얼핏 보기에 두나라 모두 분단이 전후 냉전구조의 산물이고,또 주변 열강들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는 상황이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 내려진 구상일 것이다.
그러나 독일과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변열강들은 근본적으로 그 입장이 다르다. 독일통일을 승인하고 보장했던 열강들은 모두 2차 대전때 독일을 점령한 「전승국들」이었다. 법적으로도 구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이 이들 전승국의 절령하에 있었다.
독일의 재통합은 따라서 이들 전승 4개국이 마지막으로 합의한 「전후처리」였다. 이들은 독일에게 일정한 국제적 역할과 오데르 나이세선이라는 국경선을 인정하도록 요구하는 입장에 있었다.
한반도의 경우 베이커 구상에 나오는 주변 4개국은 독일의 경우와 숫자만 같을뿐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에 개입할 입장이 아니다. 6·25전쟁의 「정치적 처리」라는 면을 강조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개입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과 소련,특히 일본이 개입할 수는 없다. 물론 우리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평화·선린을 목표로 하는한 이들 두나라의 이해관계나 의사도 충분히 존중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쌍무적인 협상경로,우리의 경우 한·일관계나 한·소관계의 테두리안에서 협의·조정될 일이다. 우리는 과거 19세기 말에서 20세기초 이 땅에서 벌여졌던 강대국 정치의 재연을 원치않는다.
주변 4개국은 남북대화와 통일의 「보조자」여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특정문제를 위해 단기적으로 주변국 협력체제를 겨냥한 것이라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국을 가리켜 「세계 13번째 경제강국」이라 하면서도 한반도에 어두운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의 무지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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