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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짜리 접대부라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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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짜리 접대부라니(사설)

입력
1991.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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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의 거리가 끔찍하고 야비하다. 그늘에서 독기를 내뿜는 독버섯처럼 환락가엔 속칭 영계촌이라는 마굴이 있다. 그곳엔 악의 꽃도 못되는 꽃뱀들이 태양을 잊고 밤을 지샌다. 차마 암흑의 비정을 입에 담을수 조차없다. 아니 비정을 넘어 타락과 반도덕의 하한을 보는듯 섬뜩하다.험악하고 무서운 세태다. 툭하면 인간증발이고 가출사고는 늘어만 간다. 그런가하면 인신매매가 계속 자행되고 유흥가는 유흥가 대로 변태영업의 유혹을 위해 가증할 덫을 깔고 있다. 여자사냥의 대상은 무차별이다. 주부를 붙잡아다 팔아넘기는가 하면 등하교길의 여학생도 노린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철부지가 제발로 찾아들면 횡재라도 한듯 올가미를 씌운다. 그러다보니 12살짜리 접대부까지 생겼다. 「최연소」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술시중을 들게 하다가 경찰에 연행된 참경엔 할말을 잊는다.

12살짜리 접대부의 짧은 인간행로는 나이답지않게 기구하고 처절하다. 부모의 불화로 인한 살인으로 졸지에 고아신세가 되어 온갖 궂은 일을 하는 풍상을 겪었다. 한 가정의 불화가 미처 피어나지도 못한 미성년을 파멸시킨 것이다. 비극의 첫째 원인과 책임은 가정에 있다.

그러나 더욱 암담하고 수치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와 어른의 무치감이다. 기탁할데가 없어 스스로 찾아온 어린이를 보호해 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짓밟아야 한다는 말인가. 업주에게 양심이 털끝 만큼이라도 남았다면 이럴수가 없는 일이다. 분노를 더욱 끓게 한것은 손님들의 변태성 환락추구이다. 인간이 어느만큼 비열하고 파렴치해질 수 있는가를 드러냈을 따름이다. 반도덕의 한계를 넘나드는 환락은 죄악에 불과하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퇴폐가 위험의 한계를 뛰어 넘어 크게 만연하고 있다. 부패와 타락은 무거운 응징만으로 청산되지 않는다. 법원은 미성년인 여중생을 감금하고 윤락을 강요한 술집주인에게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중형을 선고하였다. 법적 제재의 경종만으로는 모자란다. 악의 불길을 잡으려면 범사회적인 자각과 결연한 대결이 요구된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작년한해 가출인은 4만여명이고,금년에도 9월말까지 2만8천명에 이른다. 가출의 원인은 가정불화와 빈곤 교우관계 그리고 무작정상경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상당수가 유흥업소에 유입되고 있는 현실이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풍조가 어떠한가 쉽게 짐작된다.

오늘에 만연된 사회악의 척결은 가정과 사회를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바로 잡고 지켜가는데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먼저 가정을 돌보고 가족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며 사회가 그것을 보호하는 힘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영계마을 12살 접대부의 비극은 한 개인의 고통으로 끝나서는 안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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