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손실 감수 “비핵화” 확실한 의지천명/북에 사찰보다 강도높은 「원천봉쇄」 압력노태우대통령이 8일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나라가 핵무기를 제조 보유 저장 배비 사용하지 않겠다는 「비핵 5원칙」이 핵심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주목을 끄는 부분은 핵연료재처리 및 핵농축시설을 갖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의지표명이다.
우리정부의 핵재처리시설 포기선언은 북한이 핵재처리시설 건립을 포기토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정부가 이번 비핵화선언을 앞두고 가장 고민하고 관계부처와 우방간에 심도있게 논의한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인 것으로 알려져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독매)신문은 「한국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있는 재처리시설을 갖지 않겠다고 명확히 한것은 처음이며 이는 매우 획기적인 일」이라고 보도,이 부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미 국무부도 공식논평에서 이 부분을 강조했다.
우리정부가 앞으로 핵재처리시설을 갖지 않겠다고 밝힌것은 이른바 「핵옵션」(Nuclear Option)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아니다. 핵옵션이란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한 핵시설(원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해당국의 의지여하에 따라 언제든지 핵무기 개발로 전용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과 상태를 갖는 것으로 그 핵심은 핵재처리시설의 보유여부이다. 핵재처리시설은 핵무기 개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핵연료는 일반연료와 달리 매우 복잡한 처리과정을 거치도록 되어있는데 핵연료인 우라늄을 원자로에서 태우면 타지 않는 우라늄 238의 일부가 중성자를 받아들여 태울 수 있는 플루토늄(PU) 239로 바뀐다. 핵재처리시설은 바로 이 풀루토늄을 뽑아내 다시 유용한 연료로 사용하자는 경제성에 원래 목적이 있다. 여러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가 핵재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은 이같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핵재처리시설은 사용목적에 따라 원자폭탄 제조와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순도 플루토늄 239 7㎏이 있으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위력의 원폭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북한은 영변에 핵재처리 공장을 건설중에 있으며 빠르면 92년께부터 가동이 될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가 3기밖에 없는 북한이 재처리시설을 가지려하는 것은 그 목적이 핵탄제조에 있다는 것이 정부와 우방정보기관의 공통된 견해이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재처리시설은 보통 원자력발전소가 20여개 이상 있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9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우리나라는 재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고 있으나 일본은 도카이무라(동해촌)에 1개를 보유하고 있다. 즉,일본은 핵옵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정부관계자는 이와관련,『북한은 국제적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결국 멀지않아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고 핵사찰까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이행으로만은 충분치 않다는게 정부의 새로운 판단』이라고 밝혔다.
즉 북한 핵문제의 본질은 핵무기개발 의지에 있는 것이며 그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어야만 핵문제가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왜냐하면 이라크의 경우에서 입증되었듯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은 한계가 있어 얼마든지 사찰을 피해 지하 등에 핵물질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비핵화선언에서 천명한 핵재처리시설의 포기와 북한의 상응한 조치요구는 지금까지의 안전협정서명사찰수용촉구 차원보다 한단계 올라선 보다 강도높은 압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세계적 추세가 원자력발전에 의존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앞으로 원전을 추가건설한 이후 절대적으로 필요하게될 핵재처리 시설을 갖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은 또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그것은 우리도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는 가장 확실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한것이다.
관측통들이 우리의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대해 가장 환영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해 의미있는 시각이다.
우리의 비핵화선언은 핵무기의 제조 보유 반입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갖고 있는 일본에 한반도의 핵무장화 우려를 크게 덜어준 셈이다.
일부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군사강국을 꾀하는 일본측 입장에서 보면 주도적인 동북아안보 정세형성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일후의 상황을 고려할때 주변 핵강국에서 싸여있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여러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우리정부의 비핵화선언에 담긴 핵재처리시설의 남북 동시포기는 우리의 생존과 관련,단순히 넘길 수 없는 복잡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한기봉기자>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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