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의 톱뉴스거리를 뽑는다면 현대그룹 세무조사건이 결코 빠질수 없을 것이다.단일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번 현대그룹의 경우처럼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파문을 불러일으킨 예가 없었다. 재계입장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는 메가톤급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파문은 여전히 「상황중」이다.
당사자인 현대측이 추징세액에 불복,반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고 다른 재벌기업들이 이를 주시하는 등 재계전체에 난기류가 감돌고 있다.
재계의 리더격인 유창순 전경련 회장도 결국 입을 열었다. 유 회장은 8일 기자들에게 『현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계공동의 문제』 『정부가 「강경조치」를 취하는 것은 법에는 충실할지 모르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며 재계의 입장정리를 위해 회원사(대기업)들의 의견을 취합중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유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현대그룹 사건은 두개의 시각이 맞부딪쳐 상승작용을 했다. 그 시각중 한편은 「정치적 해석」이다.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서도 언급됐던 정치자금관련설,정부정책에 대한 정주영씨의 공개적 성토발언 등이 정치적 해석의 근거를 제공했다.
이같은 정치성이 가미되면서 현대그룹 사건은 흥미를 더해가며 세인의 관심을 끄는 한편에서 또 다른 시각은 힘을 잃고 말았다. 현대그룹 사건이 지닌 두개의 양면성중 이 시각은 그것이 갖는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축소·간과된 것이 사실이다.
이 시각은 경제정책적 분석이다. 세금없는 부의 세습,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뒤늦게나마 차단해 보려는 정부의 강한 개혁 의지가 때마침 현대그룹의 그릇된 분재와 접목된 결과가 이번 세무조사라는 관측이다. 왜 하필 현대그룹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대뿐 아니라 한진 등 여러그룹이 걸려있고 현대는 변칙행위가 가장 컸다는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현대그룹 사건과 관련해 의심할 수 없이 분명한 사실은 현대그룹은 세법·세정의 그물을 세계를 지향하는 기업답지 않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했고 정부는 다행히도 이를 잡아냈다는 점이다. 이 점이 이번 현대그룹 사건의 「본질」이며 여기에서 우리 재벌기업들은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 등 재계가 과거의 관행,사고에 집착해 이런 본질을 외면하거나 호도하려든다면 시대조류를 거슬러가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노정을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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