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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미워요”/12세 「접대부」의 분노(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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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미워요”/12세 「접대부」의 분노(등대)

입력
199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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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밤 서울경찰청 형사대의 기습단속으로 속칭 「천호동 텍사스」 등에서 붙잡혀온 접대두 64명중에는 10대가 26명이나 포함돼 있었다.짙은 화장으로 나이를 감춘 이들이 대개 중3,고1 또래인 15세 전후라는 사실에 기막혀하던 형사들은 12살짜리까지 나타나자 『정말이냐』며 몇번씩 나이를 되물었다.

지난해 국민학교를 졸업한 김모양은 천호동 술집에 나간 첫날 단속에 걸렸다.

손녀같은 김양을 꾸짖던 형사들은 막상 김양의 이야기를 듣고는 말문이 막혔다.

김양의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심하게 엄마를 때리는 의처증이 있었다. 게다가 내연의 처까지 있어 틈만나면 김양의 엄마를 쫓아내려 했고 급기야 재작년 9월 부부싸움을 하다 칼로 부인을 찔러 숨지게 했다.

졸지에 고아가 된 김양은 오빠·남동생과 옷가게·공장 등을 전전해오다 지난 7일 집을 뛰쳐나와 술집에 발을 들여놓았다. 구인광고를 보고 왔다는 김양을 주인은 그날로 술자리에 집어넣었다.

같이 붙잡혀온 전모양(15)은 J여상에 다니는 어엿한 여고생. 『엄마의 재혼에 배신감을 느껴 일부러 탈선하고 싶었다』고 술집에 나온 동기를 밝혔다.

국민학교 3학년때 맞아들인 계모의 학대를 견디다못해 지난 6월 가출,생모를 찾아간 전양은 엄마에게 같이 살자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곧장 술집으로 갔다.

전양은 첫날부터 쓰디쓴 술을 마시고 윤락행위를 해야했다. 전양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 술자리를 함께 할때마다 어른들이 모두 미웠다』고 말했다.

다른 10대 접대부들의 경우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른들에 의해 길바닥으로 내팽개쳐진 어린 소녀들은 짓밟히고 상처받으며 어른 전체에 대해 끝없는 증오심을 키우고 있었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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