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첫잔치로 미·일 연대과시 꿈 깨져 당혹/“미 진의 뭐냐” 총리조기방미등 대응책 분주【동경=문창재특파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돌연한 일본 방문연기는 미야자와(궁택희일) 정권의 출범잔치를 망쳐놓았다. 그리고 일본 국민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6일 저녁 짤막한 일본 방문연기 발표를 마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참석자 로마로 떠나는 부시 대통령의 모습을 TV 뉴스로 본 사람은 미국에 과연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했다. 올봄의 방일약속을 한차례 어긴끝에 방문일을 2주일 앞두고 또 연기한것은 외교관행상 극히 이례적이라는 해설이 보도된 것이다.
일본정부의 낙담은 더욱 심각하다. 미야자와정권 출범에 때맞추어 찾아오는 최상급 국빈과의 대좌를 안팎에 대대적으로 과시하려던 꿈이 깨졌기 때문이다. 아키히토(명인)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난 다음날 아침에 날아든 불길한 소식을 접하고도 미야자와 총리는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있다. 신임 와타나베(도변미지웅) 외무장관도 『내정상의 이유로 연기한것이니 어쩔수없는 일』이라고 담담하게 서운함을 표하고 있지만 내심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것 같다.
미야자와총리의 조기미국 방문설이 첫날부터 나돌고,주미대사를 불러들이는 등 외무성이 급히 돌아가는 것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취소가 아니고 연기라고는 하지만 미국의 꽉짜인 내년 정치일정상 조기방일이 어렵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내년 1월께 미야자와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면 어떠냐고 미국측에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무성은 주미대사를 불러들여 부시 대통령의 방일시기를 조정토록 훈령하고 향후의 두 나라관계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을 계획임이 전해졌다.
미국이 두번씩이나 대통령 방일을 연기한데는 「일본경시설」 또는 「일본교란설」이 배경으로 깔려있다는 현지보도를 일축할수가 없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해 두 나라는 상반된 목표를 설정,동상이몽의 실리를 꿈꾸어왔다. 미국은 일본의 쌀시장개방 압력을 무기로 대일무역 역조를 시정하고,미일구조협의의 열매를 조속히 거두자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었다. 이에반해 일본은 냉전과 걸프전쟁후의 세계신질서 구축과정에서 일본이 미국과 「지구규모적」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국제정치무대의 대국이 되려는 「숙원」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정상이 「미일헌장」을 선포하자고 졸라온 것도 앞으로의 세계는 미국과 일본이 움직여 간다는 것을 온 세계에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헌장」 보다는 「동경선언」으로 용어를 바꾸고,내용도 양국관계에 국한해야 한다면서 난색을 표했었다.
이런 태도가 방일 연기와 어떤 관련을 갖는지는 명확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문제에서 큰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방일연기의 배경으로 작용한것은 틀림없이 보인다.
더구나 태평양 전쟁발발 50주년(12월7일) 기념행사를 계기로 미국에서 반일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미국의회는 일본자동차의 수입규제문제 등을 다시 거론,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터여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부시로서는 별소득없는 원동여행을 취소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던것 같다.
미국 조야에 지면인사가 많고 영어를 잘한다고 「국제통」이라 불리는 미야자와총리가 미국의 변심으로 인한 첫 시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짝사랑」의 비애를 어떻게 설명할것인가가 미야자와에게 지워진 최초의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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