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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외화내빈/유동희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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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외화내빈/유동희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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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종식과 소련의 몰락이후 마치 세계의 대통령처럼 세계 곳곳을 누비며 「해결자」 노릇을 해왔던 부시 미 대통령의 외유 러시가 마침내 국내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부시 대통령이 이달말로 예정된 한국 일본 등 아시아방문 일정을 사실상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 내건 이유는 날로 침체하는 미국 국내의 경제상황이었다.부시의 이러한 조치는 유럽에 비해 아시아지역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상대국의 반발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부시가 처한 상황은 다급하다.

걸프전 당시 70∼80%를 오르내리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외신보도다. 사실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 종결이후에도 외교면에서 화려한 업적을 쌓아나갔다. 소련 투데타 당시에도 날카로운 정세판단과 단호한 태도표명으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복귀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최근에는 아랍과 이스라엘을 사상 처음으로 마주 앉게 했다. 외교면에서의 치적이 이처럼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반대로 급락한 것은 한마디로 말해 경제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걸프전 당시만해도 부시의 재선은 따논당상처럼 여겨졌으나 이제는 아니다. 부사와의 대결이 해볼만하다고 생각한 민주당은 부시의 「아킬레스건」인 경제문제를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한달에 세차례나 국내를 비우는 부시의 11월 외유스케줄을 도마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와함께 『미국이나 돌아다녀라』 『부시는 로마로 가고 우리가 얻은건 비참한 경기 침체뿐』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T셔츠도 등장했다.

결국 잦은 외유에 대한 국내의 비난에 안보문제를 우선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라며 짐짓 태연한 자세를 견지하던 부시 진영도 생각을 고쳐먹지 않을 수 없었던듯 싶다.

지난번 마드리드 정상회담에서 부시와 자리를 함께한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모습은 전과는 달리 왜소해 보였다. 쿠데타 반발과 연방해체라는 소련 내정의 혼란은 외교서는 한수 위라는 고르바초프의 모습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선거 1년을 앞두고 부랴부랴 내정에 관심을 쏟는듯한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부시는 내치에 바탕을 두지않는 외교적 성공은 공허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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