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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와 남북한관계/김경원칼럼(기류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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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와 남북한관계/김경원칼럼(기류조류)

입력
1991.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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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4일 남북총리는 앞으로 실무대표 접촉을 통해 단일문건을 작성하기로 합의했다. 북측은 회담중에 한반도 비핵지대화 선언을 제의했으나 북측 대변인의 말을 빌리면 『남측이 반대해 그에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남측 대변인은 북한의 핵무기 문제에 대해 북측이 국제사찰을 받아들이기를 반대했기 때문에 『그에 따르기로 했다』고 발표하지는 않았지만,남측 대표단이 회담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남측도 북한의 핵무기 사찰문제를 회담진전에 연계시키지 않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보면 북측은 「한반도 비핵지대화」라는 엉뚱한 요구를 들고 나옴으로써 북한의 핵무기 사찰에 대한 남측의 요구와 상쇄시키는 협상전술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그러나 사실 한국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사찰문제를 남북협상에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밝힌 적은 없다. 다만 그런 인상을 주었을 뿐이다. 앞으로 한국은 북측이 핵사찰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에 동의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들이지 않는한 경제협력을 포함한 모든 대북관계개선 조치를 보류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북한이 핵무기 사찰에 동의하지 않는한 미국이나 일본 등 우방국들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동의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런 입장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당한 입장이다.

북한의 핵무기 문제는 남북한간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질서의 문제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솔직하게 말해서 한국도 그대로 있을 수 없으며 일본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일본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동북아는 소련·중국·일본·남북한이 모두 핵무기를 갖게 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핵무기가 집중된 위험지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무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의 비핵지대화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문제와는 전혀 별도의 문제다. 비핵지대화 문제와는 상관없이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사찰을 받아들여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물론 한반도의 비핵지대화가 장기적으로 볼때 바람직한 것인가 또 현실적으로도 실현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깊이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이 문제는 앞으로 좀더 철저하게 연구되어야 하고 진지하게 토의되어야 할 과제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북한이 현시점에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가 아닌가를 확인하는 문제와 한반도가 비핵지대로 되는 것을 국제협정으로 확정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전자는 지금 당장 해결되어야 할 문제인 반면에 후자는 앞으로 신중하게 다각적으로 연구검토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이다.

사실 북한은 핵무기문제 때문에 미국과의 교섭에서도 실패했고 일본과의 교섭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미국과 일본의 문을 두드린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인해 소련의 경제적 지원이 없어짐으로써 북한의 경제는 극심한 곤경에 빠져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경제협력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북한은 자연히 한국으로부터 경제협력을 얻어내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우리는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에서라도 북한에게 경제협력을 제공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의 분명한 입장표명이 없었지만 최근에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한미일 정책협의회의에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삼국이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한것을 보면 역시 우리도 북한의 핵사찰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북한에 대해 경제협력을 제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외교정책과 대북한정책이 상호 모순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북한의 핵무기 문제는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이미 국제문제화 되었다. 그리고 문제의 성격상 북한이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이라크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서도 강제적외교(Coercive Diplomacy)의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도 북한의 핵무기 문제에 대해 능동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북한정책과 외교정책,통일정책과 국방정책,그리고 나아가서는 대외 경제정책분야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정책수단들을 일관된 목표순위에 따라 상호 조화시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할줄 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방지하지 못한다면 남북간의 긴장완화도 동북아의 안정도 모두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대북한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어디 있는지는 분명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전주미대사·사회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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