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선거 망국론이 들끓는다. 현행법대로 하면 내년에는 선거로 지새우게됐다. 벌써 분위기가 머리들기 시작하고 있는 국회의원총선거(14대)는 명년 3월로 예정돼 있고(법정시한 5월8일) 이것이 끝나고나면 6월말까지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르게 돼있다. 이 3개의 선거가 지나고나면 대권의 향방을 가름하는 대통령선거가 12월께(법정시한 92년 1월14일) 실시,「선거의 해」의 대미를 이루게된다. 피와 눈물과 땀이 얼룩진 정치의 민주화를 위해 치러야할 선거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역사의 진로를 좌우하는 이 굵직 굵직한 선거들을 뒷바라지할만큼 단단한가다. 이 땅에 발붙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4대 선거에 풀리게될 돈을 박준규 국회의장은 20조원,박태준 민자당 최고위원은 10조원,이기택 민주당 공동대표는 5조내지 10조원으로 각각어림했다. 10조원이면 92년도 예산(33조5천억원)의 약 3분의 1이 되고 국민 한사람앞에 5만원씩 돌아가는 돈이다. 20조원이면 그 배가되니 그 규모를 유추할만하다. 한마디로 천문학적인 숫자다.
특히 명년에는 경제가 올해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경제단체들의 공통된 견해다. 없는 집에 제사돌아오듯 쪼들리는 나라살림에 선거만 잦다. 내년에 10조내지 20조의 돈이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선거자금으로 「낭비」된다면 우리경제에 파국이 닥칠것은 극명하다.
급속히 잃어가고 있는 국제경쟁력을 되찾자면 임금·물가가 안정되고 투자와 기술축적이 지속돼야 한다. 우리가 매일같이 보고 듣고 체험하는 고속도로의 교통체증과 항만 및 공항 등의 화물적체현상도 풀어야 한다. 도로·철도·항만·교량·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에도 투자를 증대해야 한다. 국부를 증폭시키는 생산적인 투자사업이 산적해 있는데도 나라돈이없어 예산편성때마다 아우성이 난다. 선거잔치에 탕진되는 10조내지 20조는 통화팽창·임금상승 등을 부추겨 인플레를 자극,경제의 안정기조를 완전히 날려버릴 것이다. 뿐만아니라 힘든일은 하지않고 손쉽게 돈을 벌려는 풍조를 기승시켜 가치관의 왜곡을 심화시킬 것이다.
4중의 금권선거는 경제파탄뿐만 아니라 가치관의 황폐화를 촉진한다. 지금 우리경제의 경쟁력은 위기상황이다. 섬유·신발·전자제품·컴퓨터·완구류·잡제품 등 노동집약적 산업뿐 아니라 저위하이테크 분야에서도 밀리고 있다. 교역은 거의 모든 나라와 적자로 반전됐다. 무역적자가 올해 1백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는데 내년에는 1백50억달러로 더 악화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대선거에 의한 국부의 막대한 누수는 한국경제에 대한 조종이 될 수 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지난 30일 대한상의 창립 1백7주년기념 심포지엄에서 4대선거가 미칠 경제상황과 관련,『내년을 생각하면 막연하기 짝이 없다』고 암울한 전망을 했다.본디 낙관적인 그의 이말을 음미해볼만하다.
타결의 길은 단한가지밖에 없다. 「돈 안쓰는 선거」다. 여기에는 국민적인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방법에는 여야의 생각이 다르다. 우선 4대선거를 병합선거로해서 선거횟수를 2번으로 줄일 수 있는것을 생각할 수 있다. 총선거에 기초와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묶는것이다. 민주당측이 이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치적 복선이야 어떻든 합리적이다. 선거법도 돈안드는 방향으로 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의 선거법 위반단속이 철저하고 공정할 필요가 있다. 뭣보다 중요한것은 유권자 스스로 깨끗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시민운동이 일어나는 것도 소망스럽다. 전통적으로 「돈드는 선거」를 조장해온것은 정부·여당이다. 이번에는 이 불명예스러운 전통이 절덜돼야 한다. 총체적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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