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위해 관계개선 절박/국경·화교문제가 난제로중국과 베트남간의 20년 불화가 마침내 청산됐다.
베트남의 도·무오이 공산당서기장은 5일부터 9일까지 중국을 방문하며 방문기간중 강택민 중공당총서기와 정상회담을 갖는 한편 경제특구를 시찰할 예정으로 있다. 북경의 외교 소식통들은 도·무오이 베트남서기장의 중국방문 마지막날 발표될 양국 공동성명에서 사회주의 우월성을 재확인하는 내용이 담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교 소식통들은 78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그리고 이에 뒤이어 79년 중국의 베트남 침공으로 인해 단절됐던 양국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배경은 소련 공산당 몰락이후 「이데올로기적 공동전선」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라기 보다는 경제협력 등 실리적 필요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9명으로 구성된 베트남의 대규모 방문단에 총리와 외무 외에 무역·운수장관 등 경제부문의 장관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데다 방문기간중 경제특구를 시찰하기로 일정이 잡혀있는 점,그리고 이번 방문기간중 운수·항공·무역 그리고 통신 등 기술관계협정이 많이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 등이 중월 관계정상화에 경제적 측면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는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또한 양국이 양 공산당 당수간의 「정상회담」을 두고 「당대 당」이 아닌 「정부 차원」의 실무회담임을 구태여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6월 제7차 전당대회에서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고수하되 시장경제 체제로의 개혁을 실시하기로 결의한 베트남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절박한 실정이다. 중국과의 대결과정에서 베트남을 지원해왔던 소련은 올해초부터 사실상 지원을 중단했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베트남측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지한 상태이다. 「소련 모델」이 아닌 「중국 모델」을 선택한 베트남으로서는 중국으로부터의 경험을 배워야할 입장인데다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아세안 국가들의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해소가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측의 입장에서도 베트남과의 관계를 개선해야할 경제적 필요성을 갖고 있다.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한동안 긴축기조를 유지해왔던 중국은 최근들어와 또 다시 경제부문에 대한 통제를 완화하는 등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개혁 재점화의 파트너가 돼야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아직도 인권문제 등을 이유로 경제협력 확대에 미온적이다.
또한 소련의 쿠데타 실패 이후에는 그나마 서방의 관심이 대소 지원에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으며 이 지역과의 교역활성화를 위해서는 베트남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동남아시아에 대해 양국이 공히 중시하고 있음은 최근의 양국의 외교적 활동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의 양상곤 국가주석은 6월 초순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방문했으며 지난 9월13일에는 라오스와 국경조약을 체결했다. 베트남도 도·무오이 서기장의 중국방문에 앞서 보·반·키에트총리와 트란·둑·루옹 부총리 등이 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각국을 순방했으며 당장은 아니지만 아세안에 가입할 의향이 있음을 비치기도 했다.
즉 중국이 뒷마당으로 여기고 또 베트남 또한 앞마당으로 여기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양국의 공통된 관심증대가 베트남전쟁 종결이후 계속돼온 양국의 불화를 씻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간의 관계가 우호관계로까지 발전하기에는 적지않은 난제가 가로놓여 있다. 그 하나는 남지나해의 남사군도와 서사군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문제이고 또다른 하나는 78년과 79년 베트남에서 추방된 화교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중국측의 요구와 관련한 문제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20년간의 불화와 13년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정상화된 것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경제적인 이유가 결정적이기는 하지만 소련 공산당의 몰락이라는 정세변화가 이를 촉진시켰음도 분명하다.
베트남 전쟁종결 이후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틀어졌던 것은 소련과 중국과의 불화 때문이었다. 중국은 소련이 베트남의 캄란만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베트남을 사주,캄보디아를 침공케 한 것은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캄보디아 사태의 평화적 종결과 소련공산당의 몰락에 따라 소련의 팽창주의 세력이 일소되는 것을 목격한 중국은 그동안 베트남의 거듭된 「구애」에도 불구하고 닫아두었던 빗장을 마침내 연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정상화는 중소의 지정학적 대립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시사로 볼수가 있는 것이다.<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