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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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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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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과 고대 그리스 사람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았다. 한국인은 제사를 드릴때 땅에 술을 붓는다. 그리스 사람들도 신에게 술을 바치는 「헌주」를 할때 땅에 술을 부었다. 동제가 끝난 다음 한국인들은 「음복」이라 해서 동네 어른들이 다 같이 음식과 술을 나눴다. 그리스 사람들도 시민권을 가진 남자들이 음식을 나눴다. ◆공동체의 조상신이 산위에 있다는 믿음도 고대그리스 사람과 한민족이 똑 같았다. 또 그리스 사람들은 공동체마다 「경계의 신」이 있다고 믿었다. 공동체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한민족도 동네 어귀를 장승이 지킨다고 믿었다. 한국의 장승도 그리스의 경계의 신과 같은 수호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민족이 장승을 믿음의 대상으로 섬긴 것은 꽤 오랜 옛날의 일이었다. 불교가 들어오면서 장승신앙은 미륵신앙으로 바뀌고,고려·조선으로 내려오면서 원래의 뜻을 잊어버리게 됐다. 그래서 장승이 「이정표」쯤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지금 이 개명 천지에 장승을 믿음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년동안의 시비끝에 지난 달에야 세워진 서울 노량진 장승백이의 장승에 누군가 불을 질렸다고 한다. 애초에 「우상숭배」에 반대하는 기독교 신도들의 반대가 꽤 적극적이었던 만큼,이번 일도 그런 시비의 연장이 아닐까 짐작되고 있다. 비록 장승이 세워졌지만,팽팽한 싸움은 결말이 나지않은 셈이다. ◆일부 기독교 신도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알만하지만,장승을 우상숭배로 반대하는 것은 지나친 「과잉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믿음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엄격한 「원리주의」도 중요하지만,「관용」도 중요하다. 불필요한 마찰은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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