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파리에서 체결된 캄보디아평화협정으로 수십년간 내전에 찌들려온 캄보디아에 일단 평화가 깃들고 있다. 이 협정과 유엔결의에 따라 곧 유엔평화유지군 선발대가 캄보디아에 진주하게 된다.파리협정 체결때 캄보디아의 4대 정파의 합의를 미국 소련 등 힘있는 모든 나라와 주변이해국가 19개국이 조정,보증하고 유엔평화유지군이 싸움을 말리는 사정을 보면 마치 캄보디아민족이 열등하고 자주,자립할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캄보디아의 비극은 동서냉전 이데올로기와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야기될 수 밖에 없었던 외세개입의 결과란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제 평화가 찾아든 비옥한 땅에서 캄보디아 국민이 우선 거두어 들여야할 「수확」은 곡식이 아니라 지난 내전당시 전국토에 무수히 깔린 지뢰다.
캄보디아에는 현재 말라리아 결핵을 앓는 환자나 불구자가 정상인 만나기보다 쉽다. 최근 미국 아시안 워치와 「인권을 위한 외과의사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캄보디아가 전세계에서 불구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내전당시 각 대립 세력들이 무차별로 깔아놓은 지뢰밭들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확실치 않아 「평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동안의 내전에서 총기에 의한 것보다 지뢰에 의한 사상자가 더 많았다는 사실은 지뢰의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이 지뢰들을 공급해 준 나라들이 바로 파리에서 캄보디아민족이 스스로 평화를 유지할 수없는 것처럼 「보증」한 미국 소련 영국 중국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등이란 사실이다(아시아워치 보고서). 영국은 지뢰설치를 게릴라들에게 직접 가르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나라들은 이념·정치·경제적 이해와 명분으로 캄보디아 내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서 이제는 마치 시혜자로 행세하고 있다.
캄보디아가 내전에 휘말린 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냉전의 전장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과 지리적 위치이다.
그러나 우리는 캄보디아의 평화를 마치 냉전종식의 상징이자 산물로 받아 들이면서도 한반도가 냉전의 최대 희생물이며 아직 이 땅에서 냉전시대의 강대국 이해가 가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듯하다.
캄보디아의 지뢰밭은 우리민족이 왜 남과 북으로 갈라져 대립해야 하는지를 다시한번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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