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가 오는 94학년부터 여자사관생도의 입교를 허용하고 학생군사훈련단(ROTC)도 빠르면 내년부터 여학생 지원을 받아 들인다는 소식이다(한국일보 2일자 22면). 최종적인 실시여부는 더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전향적인 발상임을 높게 평가하고자 한다.지금까지 간호,통신 등 일부 제한된 분야에 머물러있던 여성의 군사분야 진출이 차차 넓어져 보병,정보,정훈,병참 등 여러 병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이다. 우리 국방부도 2천년대 상황까지를 내다보고 고급 여성인력의 군에서의 활용방안을 89년 9월부터 연구해 왔다는 것이다.
사관학교의 금녀의 성역을 처음 깬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의 웨스트 포인트 육군사관학교는 개교 1백74년만인 지난 1976년 처음으로 여자생도 입교를 허용했다. 여자들이 입교하여 격심한 심신단련을 감당해 낼수 있을지에 대해 적지않은 반대여론도 있었으나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훈련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에 의한 문제점이 입교허용을 취소할 만한 정도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뒤 사관학교를 졸업한 여성장교는 대파나마 노리에가 체포작전때 최일선 전투부대를 지휘해 크게 화제가 된바 있었고 걸프전에서는 사상최대의 여군이 전투부대의 핵심요원으로 파견됐다가 이라크군에 포로로 잡혀 문제가 될 정도에 이르렀다. 또 노르웨이,덴마크,벨기에,네덜란드 등에선 전투부대에 상당수 여성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웨스트 포인트에서의 한 조사결과는 여성의 체내지방이 남성의 경우보다 40% 많고 폐활량이 남성의 60% 수준이어서 장시간 주행에 문제가 있음이 지적된 바 있고 캐나다에서의 보병전투 실험결과에서도 수류탄의 투척거리나 30㎏ 이상의 배낭을 메고 60㎞에 걸친 행군속도 등에서 문제가 나타난 점도 지적되기는 했다. 또 걸프전에서 처럼 전장에서 포로가 되는 경우 남자병사와는 다른 학대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젊은여성이 전사해 유해로 돌아올때 국민에 끼치는 사기저하 등 부정적 요인도 있고 전장에서 젊은남자 군인과 혼숙하게 되는데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전이 배낭을 메고 뛰는 보병에 의해서만 수행되는 것도 아니며 걸프전에서 보았듯이 항공기조종,폭탄투하,함정지휘,미사일발사,컴퓨터운용 등에서 여성들은 남성에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한 바 있다. 언어에 관한 두뇌와 섬세한 기계의 조작에서는 오히려 여군의 능력이 뛰어난게 사실이다. 우리처럼 여군을 최일선까지 투입할 필요가 없는 고정된 전쟁터를 가진 여건에서는 뛰어난 역량의 여군이 후방에서 활용될 여지가 어느나라보다 많으리라고 본다. 여군의 역할확장은 거기서 얻는 여력을 국가의 다른 분야에 전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도 큰 가치와 효용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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