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잿밥」 더 신경… 직능대표성 상실/전국구(한국일보 월요포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잿밥」 더 신경… 직능대표성 상실/전국구(한국일보 월요포럼)

입력
1991.11.04 00:00
0 0

◎「돈=순번·구색맞추기」 운영 파문일기도/14대 문 훨씬 좁아 공천싸움 치열할듯14대 총선의 관심은 지역구뿐 아니라 전국구에도 쏠리고 있다. 전문인력과 직능대표의 정치참여라는 목적으로 출발한 전국구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당초 취지와는 다른 부정적인 측면을 낳기도 했지만 현실정치의 외면키 어려운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게 엄연한 사실이다. 전국구제도는 최근의 선거법 협상과정서의 의원수,배분방식,당적 이탈시 의원직 보유여부,공천헌금 양성화 등 계속적인 논란을 빚고 있지만 존폐자체에 관한 시비는 불러일으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여야 모두에게 필요한 제도인 셈이다. 그러나 여야 공히 전국구제도를 지나치게 당리당략 차원에서 편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다음 국회에서 전국구제도가 어떻게 바로 자리잡을 것인지에 또다른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연혁과 변천

우리나라에 전국구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5·16직후인 62년 11월 제5차 헌법개정때. 그동안의 다수대표제에 비례대표제를 추가하면서 6대와 7대 국회의원 1백75명 가운데 44명이 전국구로 당선됐다. 8대때는 의원정수 2백4명중 전국구가 51명을 차지했다.

유신헌법에 의한 9대 국회때는 유정회라는 기묘한 형태로 변질된다. 의원정수 2백19명의 3분의 1인 73명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하되 후보자는 대통령이 추천했다. 임기 3년(지역구는 6년)인 유정회 후보자에 대한 당시 통일주체국민회의의 찬성률은 물론 99%를 넘었다. 유정회는 10대때까지 3차례 구성됐다.

5공화국 들어 전국구는 다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11대·12대 모두 전국구 의원수는 유정회때와 같이 지역구의원수(1백84명)의 절반인 92명이었다.

13대들어 전국구 의원수는 지역구의원(2백24명)의 3분의 1 수준인 75명으로 줄었다. 14대에서는 지역구의 4분의 1 수준으로 더 줄이자는 의견이 여당에 의해 제시돼 있는 상태이나 실현여부는 미지수이다.

13대 총선직전 개정된 현행 국회의원선거법은 전국구 의석을 지역구 5석 이상의 정당에 지역구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토록 하고 있다. 다만 제1당이 지역구 과반수를 얻지 못했을 때는 일단 그 당에 전국구의 절반을 준뒤 나머지 의석을 다른 정당들에 분배토록 하고있다.

○운영 실상

여당은 야당에 비해 직능대표로서의 기본취지를 그런대로 살려온 셈이다.

배분되는 전국구 의원수가 많을뿐 아니라 야당과 같이 정치자금 확보의 수단으로 전국구를 활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은 전국구 제도를 원내 절대안정 의석 확보수단으로 이용해왔음이 사실이다. 현행 선거법도 그렇지만 이제까지의 전국구제도는 제1당,즉 여당에 일단 전국구의원 정수의 과반수를 배분토록 해왔다. 그런데도 13대에서 민정당은 전국구 75석의 절반인 38석을 얻고도 전체의석에서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다.

여당은 또 정권유지를 위한 논공행상이나 권력자 측근들에 대한 배려 등을 위해 전국구를 활용해 왔다.

특히 13대는 대선직후이고 정권이양의 과도기였다는 점때문에 정치적 고려에 의한 전국구 인선이 두드러졌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13대 전국구에는 그 이전에 비해 전문인력이 적어 『전문적인 일을 맡길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여당내에서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야당의 경우는 전국구제도가 당 총재나 대표의 일부 배려케이스외에는 거의 선거자금 조달수단이 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3대 총선때 제1야당으로 부상했던 구평민당의 전국구 공천이 그 실상을 잘 말해준다. 당시 평민당은 재야에서 영입했던 박영숙총재 권한대행을 전국구 1번으로 내세우고 김대중 문동환 최영근 조승형후보가 11번부터 14번까지 포진했다. 이때 2번부터 10번까지가 공천헌금을 내고 전국구 후보자리를 따낸 케이스이다. 당시 2번부터 5·6번까지의 상위순번은 최고 20억원까지의 헌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었다. 14번까지를 당선권으로 보았기때문에 15번과 16번에 들어간 당료출신 배려케이스의 정기영 조희철의원은 공천헌금을 내지않고 원내진출에 성공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13대때 제2·3야당이 된 구통일민주당과 공화당의 전국구공천과 헌금액수 등도 평민당의 경우와 비슷했고 그 이전의 야당 역시 별반 다를게 없었다. 지금까지 야당은 사실상 전국구를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선거를 치르다시피해왔기 때문에 당 총재나 대표 또는 계파보스가 측근들을 배려할 경우에도 다른 후보와의 형평을 고려,공천헌금을 일부 대납해주거나 「성의」를 표시하도록 했었다.

야당에 있어 전국구 운영실상의 치부를 극명하게 노출시킨게 13대 총선이 3년 이상 지난뒤 터져나온 구신민당의 남원공천헌금 파동이라고 할수있다.

○14대 공천 전망

14대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여당 정국구의 문이 좁아질 전망이다. 우선 야당통합으로 양당체제가 이뤄짐에 따라 지역구 의석 확보수가 유동적인데다 민자당은 전국구 의원수의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3계파의 지분문제가 복잡하게 얽힐수 밖에 없다는 당내 사정도 있다.

민자당안의 전국구 의원수는 현행 75명보다 13명이 줄어든 62명.

민자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전국구 공천은 가능한 한 뒤로 늦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국구가 단순히 직능대표라는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 「완충지대」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당 지도부는 전국구 공천을 가능한 한 늦춰 지역구 공천탈락자 등에게 여운을 남김으로써 총선을 앞둔 공천후유증을 최소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구민정당의 경우 13대 총선 후보등록 마감 하루전인 지난 88년 4월12일에야 공천자를 확정했다.

민자당 관계자들은 이번 전국구 공천은 크게 나누어 ▲학계 언론계 노동 농민 의약 여성 청년 이북5도민 등 직능대표들과 ▲여권 내원로 또는 중진 ▲공천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탈락한 인물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고있다.

여기에 계파별 추천케이스와 호남출신에 대한 정책적 배려 등을 감안하면 경합이 치열해 질수 밖에 없다.

또한 여권내에는 전직고관,군출신 인사들 가운데 정계입문의 과정으로 전국구를 희망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지역구보다 전국구 공천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전국구의원이 17명(평민당으로 당선된 16명외에 공화당으로 당선,이적해온 김인곤의원 포함)인 민주당은 현행대로 전국구의석이 75석이 되는 것을 전제로 적어도 25번까지는 확실한 당선권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 13대에 이어 선거지원을 위해 전국구를 택하는게 확정적인 김대중대표와 측근인사들을 제외한 상위순번의 공천헌금은 3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벌써부터 얘기되고 있다.

공천헌금이 없이도 배려될 인사로는 지역구 공천결과를 보아야겠지만 최영근·박영숙·이우정 최고위원과 조승형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공천헌금과 관계없이 영입인사의 전국구 공천도 검토하고 있으나 영입대상 인물들은 10번 이내의 상위순번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상위순번은 공천헌금과 직결되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도 고민스런 대목이다. 민주당은 그렇지만 현재 진행중인 여야 정치자금법 협상에서 비지정기탁금이나 국고보조금 문제가 잘 풀릴 경우 선거자금 형편이 크게 호전될 것이기 때문에 이때는 영입인사에 대한 파격적인 상위순번 배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렇다해도 영입인사들이 전국구제도의 당초 취지대로 직능대표의 성격을 띠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민주당 역시 14대 전국구 공천이 바람직한 양상으로 나타나기는 힘들것 같다.

○개선 방안

전국구 운영에 있어 우선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각 당의 전국구 공천이 직능대표 및 지역선거를 치르기 힘든 사정이 있는 명망가의 의회진출이라는 원래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전국구 의석의 상당수가 정치적 배려에 의해 할애되고 있다. 특히 야당은 전국구 공천과 관련한 공천헌금을 양성화하자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펴고 있는게 우리 현실이다.

물론 이에대해 여론의 반감이 크고 여당이 강하게 거부,민주당이 스스로 철회의 뜻을 보이긴 했지만 전국구제도의 왜곡현상이 어디까지 와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또하나 논란을 빚고있는 문제점은 배분방식. 이제까지의 배분방식은 철저히 여당 위주였다.

야당은 이에 대해 정당투표를 하거나 득표비율대로 균분하자는 주장을 펴고있다. 여당은 위헌소지마저 있는 제1당에 절반을 주는 방식의 시정에는 신축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배분비율은 지역구 의석에 따라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결국 전국구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석의 공정한 분배와 순수한 직능대표 공천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전반적인 정치풍토 개선이 시급히 요청된다 하겠다.<최규식·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